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고 감사 무마 등 대정부 로비를 벌였다는 '은진수 의혹'이 국회 국정조사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의 요구에 한나라당 의원 35명이 6월 임시국회 국정조사 실시 촉구로 호응했고, 황우여 원내대표도 기본적 공감을 표했다.
국민적 의혹 해명에 국회가 마땅히 힘을 보태야겠지만, 여야가 입을 모아 외치는 국정조사가 전혀 다른 계산에서 나온 점이 걸린다. 야당은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임을 집중 부각, 권력형 비리로 몰아갈 심산이다. 여당은 야당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저축은행 비리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랐음을 드러내 보일 작정이다. 현재와 과거 정권의 도덕성을 둘러싼 공방전이 자칫 사태의 본질을 흐릴까 걱정스럽다.
저축은행 비리는 고객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잊고 개인적 이익을 앞세운 비뚤어진 경영 마인드가 업계의 병리 구조와 결합한, 결코 특별하지 않은 범죄다. 서민 피해자들의 고통이 안쓰럽고 사회적 비난이 거셀 수밖에 없지만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란 끝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검은 이익'을 고리로 비리 저축은행과 손을 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내용과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더욱이 국가 행정기관과 공무원 직무감찰을 맡은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 구성원이 직접 비리에 얽힌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남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의 악착같은 이익 챙기기에 국민이 저절로 한숨을 내쉬게 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도덕성이 무너지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크게 흔들리는 절박한 위기 앞에서 정치세력의 이해를 따지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국정조사에 앞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을 말끔히 씻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층 절실한 것은 대통령과 권력 주변을 비롯한 국가 상층부의 각성과 도덕성 점검이다. 국민적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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