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딜레마/김명자 지음
고유가와 온난화로 2000년대 후반 열렸던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저물었다. 원자력 강국이라던 일본이 방사능 누출 사고 앞에 허물어지던 모습은 원자력이 미완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그렇다고 당장 내던지지도 못한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필자는 이게 원자력의 딜레마라고 지적한다. 폐기하려 해도 폐기할 기술부터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딜레마를 풀기 위해 저자는 원자력을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에너지로 보자고 제안한다. 필요성과 한계를 모두 아우르자는 얘기다.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원자력을 활용하려면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학을 융합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 말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회가 수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원자력은 미완의 기술로 남느냐, 사회적 동의를 얻어 새롭게 출발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전력생산량의 약 40%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나라의 국민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어느 길을 가야 할지 생각해 볼 만하다. 사이언스북스 발행ㆍ432쪽ㆍ2만원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무위당 장일순/이용보 지음
1994년 무위당(无爲堂) 장일순은 세상을 떴다. 67년이라는 길잖은 삶의 시간 동안 보통 사람보다 몇 곱절 넘는 분량의 삶을 살았다. 강원 원주시에서 치러진 사흘간의 장례식장은 전국에서 찾아온 3,000여명의 조문객들이 바치는 통곡의 바다였다. 이 책은 생명 사상의 큰 스승으로서 그를 교육 운동, 민주화 운동, 생명 운동이란 세 주제 아래 되살려 낸다.
전쟁의 상흔이 생생하던 1953년의 원주시에 뿌리내린 26세의 무위당이 뛰어든 고등공민학교는 진정한 공동체 운동의 출발점이었다. 학생의 잘못에 그는 모든 반 학생들이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게 했다. 61년 5ㆍ16군사쿠데타로 중립화 평화통일론자였던 그는 3년을 복역했다. 65년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와의 만남으로 그는 농민 운동의 구심점 원주캠프를 만들어 70년대 민주화 운동의 가장 강력한 지원자가 된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이 정치 투쟁에 몰두하던 80년대, 그는 저간의 선택에 대한 비판적 성찰 끝에 생명 운동으로 전환, 도농 직거래 조직 한살림의 지도자로 거듭난다. 그의 말을 한마디 한마디 새기려는 인터뷰와 강연회가 꼬리를 물었다.
그가 뜬 지 17년, 자본주의의 탐식과 가열찬 자연 착취의 무반성적 행보를 반성케 할 이 책의 기저에는 무위당이 가장 큰 스승으로 삼았던 해월 최시형이 있다. 작은씨앗ㆍ208쪽ㆍ1만2,000원
장병욱 기자 aje@hk.co.kr
쩨따시까_우리 마음 지켜보기(상ㆍ하)/니나 판 고르콤 지음
마음에 대해 흔히들 말하지만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마음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정교한 이론 체계인 불교 아비담마(논장)의 핵심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불교심리학으로도 불리는 아비담마는 인간의 마음 상태를 52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성질을 아주 자세하게 풀이한다. 가령 성냄(화)에 대해서는 “마음이 경험하고 있는 대상을 싫어할 때 거기에 성냄이 있다. 성냄의 느낌은 언제나 불쾌하다. 성냄의 원인은 늘 우리의 외부에 있는 것처럼 보여지나 진정한 원인은 우리의 내부에 있다. 우리는 즐거운 대상에 취착하고 즐거운 대상을 경험하지 못하면 화를 낸다. 성냄은 성냄의 조건이 되는 탐욕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두르려 맞은 뱀처럼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성냄의 특징이다”라고 설명한다. 52가지 마음 상태에는 어리석음 질투 인색 후회 의심 믿음 마음챙김 성냄없음 연민 통찰지 등이 있다. 제목의 쩨따시까는 빠알리어로 ‘마음의 심리적 상태’라는 뜻. 정명 옮김. 푸른향기ㆍ368쪽(상) 248쪽(하)ㆍ각 권 1만5,000원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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