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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못말릴 먹성 中企는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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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못말릴 먹성 中企는 피가 마른다

입력
2011.05.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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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중소 업체 관계자 A씨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어려운 마당에,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한 셈이다. A씨는 "중소 기업들이 오랫동안 어렵게 밥상 차려 놓으니까, 이제 와서 숟가락만 얹어 놓겠다는 심보"라며 "도무지 대기업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방문 판매와 함께 소형 생활 가전을 주로 취급하는 중소 업체 B임원은 끊었던 담배를 얼마 전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하반기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당장 경쟁을 벌여야 될 것 같은데,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그는"대기업과의 경쟁도 버겁지만, 회사 핵심 인력들이 유출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대ㆍ중소 기업간 영역다툼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신시장 개척'이란 명분을 앞세워 진출 중인 대기업의 사업 분야가 대부분 중소 기업계의 텃밭과 겹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가전은 물론, 유통 및 제약, 원자재 가공까지 대ㆍ중소 기업이 마찰을 일으키는 영역도 다양하다. 막걸리, 두부, 공구, 재생타이어, 중고차사업, 네비게이션, 상조업, 커피자판기사업,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등 지금껏 중소기업들이 담당했던 분야를 대기업들이 저인망식 싹쓸이를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 기회를 제공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중소기업계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힘들게 일궈 놓은 시장에 대기업들이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사업성 검증이 끝난 안정된 시장에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들이 뒤늦게 들어와 밥 그릇을 빼앗아 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 기업들의 인력까지 빼내가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기업 오너의 경영 방침 자체를 먼저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포화 상태에 직면한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성 높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신성장동력을 찾으라는 것이다. 또 관계 당국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외부 평가 기관을 구성, 대ㆍ중소기업의 진정한 동반성장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신상철 선임 연구위원은"기본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고서는 사업 영역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충돌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정부 차원에서도 상생 협력과 관계된 대ㆍ중소기업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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