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몰 의혹에 대한 한미 첫 공동조사는 27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주변 지하수 10곳에 대한 표본 채취부터 시작된다. 캠프 캐럴 인근에는 백남천 등 하천 2개가 흐르고 있고, 기지 주변에 53개의 지하수 관정이 있기 때문에 향후 수질 검사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수질검사와 함께 토양검사도 곧 시작된다.
구체적인 매몰지 확인 작업은 다음주 레이더로 지하를 검사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에, 땅을 직접 파내서 매몰 여부를 확인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조사는 시작하지만 조사단 구성과 조사항목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측의 조사단 명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조사범위에 대해서도 향후 새로운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2001년 서울 녹사평역 지하수오염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 때 한국측 대표로 활동했던 공주대 약물남용연구소 소장 신호상(54) 교수는 “당시 미국측은 조사 진행과정에서 새로운 의심점이 발견돼도 새 항목을 추가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했다”며 “처음 의제 선택부터 신중하게 대처,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조사항목을 누락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꼼꼼한 대처를 강조했다.
특히 쉽게 분해되는 제초제의 성격상 대사체를 반드시 분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농약은 생물독의 선택성(특정물질에만 반응하는 성질)을 이용해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종의 범위도 넓은 것에서 좁은 것까지 다양하며 그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1960~1970년대에 많이 사용했던 유기용제도 폭넓게 조사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유기용제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신경ㆍ호흡기ㆍ소화기 및 각종 장기에 장애를 일으키는 중독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 교수 연구팀과 강원대 환경과학과 김만구 교수팀이 2003년 5월 삼성물산의 의뢰로 캠프 캐럴에서 채취한 지하수 및 토양시료를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3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제조 및 취급이 금지된 1,2-디클로로에틸렌이 0.709㎎/ℓ가 나왔고, 트리클로에틸렌(0.03mg/ℓ)과 테트라클로에틸렌(0.01mg/ℓ)은 먹는 물 수질 기준치를 각각 31.1배와 33.5배나 초과했다. 휘발성이 강한 이들 유기화합물은 인체에 축적될 경우 호흡기 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또 캠프 캐럴 인근인 대구지역의 선천성 기형아 출생률(2006년 1만명당 379.71명)과 영아사망률(2008년 1,000명당 5.6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돼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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