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엔 프랑스인과 통하는 비슷한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등장인물과의) 약간의 거리 두기, 차가운 정서 등이 프랑스인들과 잘 맞는 듯해요. 특히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세련되고 절제된 느낌입니다.”
‘피아니스트’와 ‘8명의 여인’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58)가 한국을 찾아 26일 오전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날 개봉한 영화 ‘코파카바나’와 29일~8월13일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자벨 위페르: 위대한 그녀’ 사진전의 홍보를 위해 내한했다. 위페르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비올레트 노지에르’ ‘피아니스트’ 두 차례), 베니스영화제(‘여자이야기’), 베를린영화제 (‘8명의 여인’)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모두 수상했다. 2009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위페르는 이날 “박찬욱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데 2009년 ‘박쥐’를 심사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심상위원장을 맡았다”며 한국 영화인들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영화를 좋아한다”며 “이창동 홍상수 임상수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영화는 서로의 문화를 평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창이다. 한국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위페르는 ‘코파카바나’에서 친딸인 롤리타 샤마와 모녀 연기를 했다. 그가 맡은 영화 속 역할은 매우 긍정적이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딸과 갈등을 빚는 인물이다. 위페르는 “삶을 아름답고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배우로서의 내 삶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전에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프랭크, 리처드 아베돈, 에두아르 부바 등 세계적 사진작가들이 담은 위페르의 모습이 전시된다. 위페르는 “영화 홍보와 패션모델 등의 활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라며 “사진작가들이 모델인 나만큼이나 돋보이는 전시”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진작가들의 우열을 가리긴 곤란하지만 자연스러운 상황을 간결한 과정으로 담아낸 브레송과의 작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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