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토익ㆍ토플로 개발 중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성적이 내년부터 일부 대학의 수시모집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정부는 국가영어능력평가의 대입 반영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시험의 공신력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하반기 이 시험의 수능 영어 대체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의 수능 영어 대체가 확정되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16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6일 서울고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국가영어능력평가는 성인을 대상으로 치르는 1급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2,3급 시험으로 구분된다. 2급은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 학술영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고, 3급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한다.
9등급 상대평가 방식인 기존 수능 영어와 달리 국가영어능력평가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A,B,C(이상 Pass)와 F(Fail) 4단계로 등급이 매겨진다. 수능 영어는 읽기와 듣기 중심이지만 국가영어능력평가는 읽기, 듣기에 말하기와 쓰기 영역이 추가된다. 시험 난이도는 수능 영어보다 쉽게 출제되며 읽기 영역에서 문법을 묻는 문제는 제외된다. 고3 수험생들은 1년에 2차례 시험을 치러 좋은 성적을 대학에 제출할 수 있다. 대입을 위해 모든 학생들이 문법과 독해 위주의 어려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영어 교육을 실용영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교과부 관계자는 "각 대학은 학과의 특성에 따라 영역별 최소 기준 등급을 요구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형에 활용할 수 있다"며 "모 대학 영문과에서는 2급 시험에 대해 4개 영역에 A등급 성적을, 관광학과의 경우 3급 시험에 대해 듣기와 말하기 B등급 이상을 요구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체제와 영어교육과정의 개편에 이어 새로운 영어 시험이 추가돼 학교 현장의 혼란과 사교육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당분간 수능과 국가영어능력평가를 병행한다는 것인데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이 불필요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도 "과거 한자능력검정시험이 도입됐을 때 한자 사교육 붐이 일었는데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새 시험이 오히려 공교육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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