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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위해 다시 울트라마라톤 나가는 진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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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위해 다시 울트라마라톤 나가는 진오 스님

입력
2011.05.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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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왼쪽 뇌의 절반을 잘라 낸 베트남 노동자 토안(27)을 돕기 위해 지난달 108㎞ 울트라마라톤을 뛰었던 진오 스님(47ㆍ경북 구미시 대둔사 주지)이 100, 200㎞ 울트라 마라톤에 또 나간다. 토안처럼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생명을 지켜 줄 헬맷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자신과 독지가들이 함께 참가, 1㎞에 200원씩 후원을 받아 500개를 장만하는 게 목표다. 100㎞를 뛰어야 헬맷 1개 값인 2만원이 모인다. 원래 4만9,000원인데 제조 업체가 스님의 뜻을 듣고 깎아 줬다.

스님은 28일 울산 태화강 100㎞ 울트라마라톤(제한 시간 16시간), 6월 4일 낙동강 200㎞ 울트라마라톤(제한 시간 36시간)에 도전한다. 7월 17일에는 김해 장유마라톤 42.195㎞ 풀코스를 달린다.

“제 나이에 이렇게 무리하다간 나중에 골병 든다고들 하지만 사람 살리는 일이니 해야지요. 108㎞ 뛸 때도 힘들었어요. 50㎞까진 괜찮은데 더 넘어가니까 다리가 퉁퉁 붓고 온몸이 돌아가면서 아파요. 골인하고 나니 성취감에 고통을 싹 잊었죠. 기왕 뛰는 거 찌질하게 제한 시간 안에 못 들어면 창피하니까 매일 2시간, 주말엔 4시간씩 산을 달리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스님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인 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로 구미시에서 10년째 이주노동자를 위한 상담센터와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토안은 이곳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달 마라톤에서는 1㎞에 100원씩 202명이 876만원을 모아 줘 토안에게 500만원을 전했다. 나머지는 화상 수술을 앞둔 방글라데시 노동자와 한국인 남편에게 피살된 베트남 여성의 가족을 돕는 데 쓴다.

경북 칠곡군에서 일하던 토안은 지난해 7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불법 유턴하는 차에 치였다. 두 번 수술을 받았고 잘라 낸 왼쪽 머리뼈를 복원하는 수술이 남았다. 걸어다니고 말도 알아듣지만 자기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기억력이 사라져 베트남 글자를 못 읽는다.

“수술비는 가해자의 보험으로 해결됐지만 보상이 문제에요. 베트남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월 5만6,000원씩 60세까지 계산한 금액이 6,000만원 정도인데 헬맷을 안 썼다고 20%, 원동기면허 없이 탔다고 20%를 제해 실제 보상금은 1,300만원 밖에 안돼요. 너무 야박하죠. 자기 잘못으로 크게 다쳤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소중한 산업 인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부나 고용주가 나서서 오토바이 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헬맷 정도는 챙겨 줘야 합니다. 토안의 일은 개인 문제가 아니에요.”

스님이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건강을 위해 달리다 보니 마라톤 스님으로 알려져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사찰 주지 소임에다 이주노동자 돕기와 마라톤까지 하려니 몸이 고달파서 스님들이 하루를 여는 새벽 3시 예불은 못하고 있다.

“아이고, 마라톤 뛰어야 하는데 그랬다간 전 죽어요. 해 봤더니 안 되겠어서 1주일 만에 부처님께 고백하고 모두에게 알렸죠. 전 못하겠습니다, 대신 밖에 나가 마라톤으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부처님 모시듯 하겠습니다, 한 방에 홈런 날리듯 매년 음력 정월 1주일은 두문불출하고 집중기도를 하겠으니 평소 새벽 예불 못해도 이 중생 보살펴 주십시오, 라고요.”

스님에게 마라톤은 수행이기도 하다. 마라톤과 참선은 서로 통한다고 말한다. 달리면서 흘린 땀방울만큼 후원금을 모아 자비를 실천하니 마라톤 코스와 후원자들은 움직이는 도량이고 도반인 셈이다.

가을에는 9월 22~24일 강화도에서 강원 강릉시까지 한반도를 횡단하는 308㎞ 울트라마라톤에 나간다.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을 돌보는 다문화 모자 쉼터의 건립 기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문의 (054)454_78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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