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를 파랗게 물들인 댈러스 홈팬들. 만세를 부르는 그들의 시선이 실버 트로피를 든 독일 출신 외국인 선수에게 꽂혔다. 더크 노비츠키(33ㆍ213㎝)였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파워 포워드 노비츠키는 26일(한국시간) 끝난 2010~11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서부콘퍼런스 결승(7전4선승제)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5차전에서 26점 9리바운드 2스틸을 올리며 팀의 파이널 진출을 이끌었다. 3승1패로 앞서 있던 댈러스는 5차전에서 100-96으로 승리하면서 어렵지 않게 시리즈를 끝냈다.
노비츠키는 콘퍼런스 결승을 치르는 동안 4쿼터에만 평균 11.4점을 넣으면서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10시즌을 통틀어도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값진 기록이다. 1위는 13.6점의 아마레 스터드마이어(2005년). 노비츠키를 앞세운 댈러스는 1980년 창단 이후 2번째(2006년)로 파이널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챔피언 등극 경험이 전무한 댈러스는 동부콘퍼런스 우승팀과 패권을 다투는데 마이애미 히트가 시카고 불스에 3승1패로 앞서 있다.
1998년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밀워키 벅스에 지명돼 NBA에 입성한 노비츠키는 지명 직후
옮긴 댈러스에서 13년째 뛰고 있다. 이 기간 10차례 올스타에 뽑혔고 2007년에는 최우수
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13시즌 성적은 평균 23점 8.4리바운드 2.7어시스트 1블록슛.
2000~01시즌부터 11시즌 연속으로 20점 이상을 올릴 만큼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으로 더 친숙한 노비츠키는 큰 무대에도 강하다.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5점 10리바운드 이상을 올린 선수는 NBA 사상 노비츠키를 포함해 4명뿐이다. 노비츠키의 플레이오프 통산 성적은 평균 25.9점 10.4리바운드. 정규리그 통산 47.6%, 플레이오프 통산 46.6%의 높은 야투 성공률이 말해주듯 노비츠키는 파워 포워드는 물론 스몰 포워드, 센터 등을 두루 겸한다. 팔방미인 노비츠키가 한 차례 MVP 수상에 그친 것은 ‘너무 꾸준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댈러스로선 한 시즌 반짝한 뒤 잠잠한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노비츠키 같은 ‘소리 없는 보배’가 훨씬 고맙다.
1라운드에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4승2패로,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전통의 강호 LA 레이커스를 4연승으로 일축한 뒤 기어이 파이널까지 밟은 댈러스. 팀을 11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노비츠키가 있기에 마이애미도 시카고도 두렵지 않다.
어린 시절 유난히 큰 키 탓에 ‘괴물’이라고 놀림 받던 뷔르츠부르크 출신의 노비츠키. 콘퍼런스 우승컵을 머리 위로 치켜든 그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