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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교과서 380억 '헛돈' 학생86% "사용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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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교과서 380억 '헛돈' 학생86% "사용 안한다"

입력
2011.05.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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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부터 초ㆍ중ㆍ고생의 책가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CD 형태의 e-교과서를 개발해 보급했지만 학생 10명 가운데 8~9명은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e-교과서가 멀티미디어 지원 기능 없이 교과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수준인 데다, 편의성마저 떨어져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25일 한국일보가 전국 초ㆍ중ㆍ고생 386명을 대상으로 e-교과서 활용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6.5%(334명)가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단 한 차례도 집에서 e-교과서를 사용한 경험이 없다는 학생도 73.8%(285명)나 됐지만 e-교과서 덕분에 책을 학교에 놓고 다닌다는 학생은 3.3%(12명)에 불과했다.

e-교과서는 멀티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CD를 보급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학교에서는 교과서로, 집에서는 e-교과서로 공부하게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초 도입됐다. 이 방안에 따라 올해 전국의 초ㆍ중ㆍ고생에게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e-교과서가 일반 교과서와 함께 보급됐다. 올해 보급된 e-교과서는 CD 3,250여만장으로, 3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e-교과서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매일 사용한다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2~3일에 한번' 쓴다는 학생이 1.3%(5명), '1주일에 한번' 쓰는 학생이 3.1%(12명), '한 달에 한 번 이하'인 학생이 8.5%(33명)에 불과했다. 87.3%(309명)의 학생은 기존 교과서와 '내용에서 차이가 없다'고, 절반이 넘는 학생(51.7%ㆍ169명)은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한 중학생은 "책으로 된 교과서처럼 필기가 안 돼있어 집에서 보는 게 소용없다.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 굳이 볼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중학생도 "클릭을 하면 영어 단어의 뜻이 나오거나 좀 색다른 기능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어떤 건지 한 번 보고 나선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용이 불편한 점도 지적됐다. 한 고교생은 "컴퓨터를 켜야 책을 볼 수 있어 시간 장소에 제약이 있다. 차라리 종이책을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한 중학생은 "인터넷에서 다운받게 하면 그나마 편할 텐데 CD를 찾아 실행시키는 게 더 시간이 걸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교과서의 저작권 문제로 온라인에서 e-교과서 내용을 전송하거나 다운로드 하는 것은 현행법에 저촉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반적으로 e-교과서라고 하면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이 포함된 전자교과서로 생각하기 쉬운데 보급된 것은 이에 걸맞은 콘텐츠가 없는 조악한 수준"이라며 "거의 활용되지 않는 e-교과서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e-교과서는 올해 처음 보급됐기 때문에 사용 실태조사와 효과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교과서 내용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문화부와 협의하는 등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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