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1990년대 변집섭의 히트곡 '희망사항'은 당시 거의 모든 남자들의 희망사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팬들도 '밥을 많이 먹으면 배가 나온다'는 진리를 깨달을 30~40대가 됐지만 사랑의 낭만을 노래하던 변진섭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변진섭(45)이 7년 만에 전국투어 콘서트를 연다. 6월 25일 울산 KBS홀을 시작으로 7월 3일 부산시민회관, 10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24일 창원 MBC홀에서 '더 발라드'란 타이틀로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해 말 연 단독콘서트가 전석 매진되기도 하는 등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20년이 지났어도 현재진행형이다.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참 오랜만에 전국투어에 나서는데.
"공연은 계속 해왔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방에 가지 못했다. 서울에서 공연할 때 먼 길 달려오시는 분들께 늘 미안했다. '더 늦기 전에 하자'고 마음 먹고 작년부터 준비해왔다."
-공연 타이틀 '더 발라드'는 무슨 의미인가.
"제 희망사항이지만 '발라드는 역시 변진섭이다'라는 칭찬을 받고 싶었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발라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명사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실제 제가 1988년 데뷔해 '홀로 된다는 것' 등으로 대중들한테 사랑 받기 시작하면서 발라드라는 말이 정착됐다."
-공연은 어떻게 꾸미나.
"'로라' '사랑이 올까요' '새들처럼' 등 20여 곡의 히트곡뿐 아니라 발라드 안에 록과 댄스 등도 녹여 넣을 생각이다. 사실 2시간 넘게 발라드만 들으면 좀 힘들지 않나(웃음). 많은 분들이 제가 노래를 쉽게 부른다고 얘기한다. 좋을 때도 있지만 듣기 싫을 때도 있다. 이번 공연에서 라이브를 통해 열정적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특히 많은 팬들이 감동하고 인정해주고 추억하는 변진섭이라는 가수가 있었지, 라는 걸 확인시켜드리고 싶다."
-어떤 팬들이 많이 올까.
"저와 함께 청춘을 보낸 30,40대가 아닐까. 이제는 가장이자 이 사회의 주류가 된 세대.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려왔지만 아직도 학창시절의 보석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 보석상자를 다시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수많은 히트곡 중 최고의 곡을 꼽는다면.
"역시 '너에게로 또 다시'다. 한국 가요로서 완성도면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 거의 예술이라 느꼈다. 내가 이 곡을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가 그 노래를 불렀고 '위대한 탄생'에서도 김혜리가 불렀는데 들어봤나.
"이소라씨가 부른 노래는 내가 부른 것과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 자기 얘기처럼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로 가수라고 생각한다. 김혜리는 이번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다. 제 노래를 부른 인연도 있지만 재능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 공연에 게스트로 나왔던 친구들은 거의 다 대중한테 인정받았다. 대표적인 사람이 록커 김경호다."
-최근 3년 만에 라디오(SBS 러브FM '희망사항 변진섭입니다') 진행도 다시 하고 있다.
"역시 라디오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치인 것 같다. 오래 못 본 옛 애인을 다시 만난 기분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손편지, 엽서 등이 많았는데 지금은 문자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사연을 전한다는 것이다. 팬들이 '옛날 생각이 나요'라고 글을 남기면, 나도 데뷔 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하곤 한다."
-요즘 '나는 가수다' 열풍 등으로 바야흐로 가창력의 시대가 열린 듯 하다.
"이런 분위기가 영원히 갔으면 좋겠다. 2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때는 주말 버라이어티가 전부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조용필과 제가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 각자의 팬들도 경합을 벌이듯 열심히 응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노래보다 비주얼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우리 같은 가수들이 오랜만에 앨범을 내면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예능 프로에서 웃기거나 춤을 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나는 가수다'에서 섭외가 오면 나갈 건가.
"언제든지 나갈 용의가 있다. 처음에 연락을 받았을 때는 경쟁이란 방식이 걸려 고사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프로그램이 잘 돼서 실력 있는 가수들이 재조명 받고, 제2의 임재범이 계속 발굴됐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미니앨범을 준비 중이고, 정규앨범도 좀 있으면 발표할 생각이다. 연말에 다시 한번 전국투어도 진행할 계획이다. 제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노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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