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섭(73)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단법인 강릉 사투리보존회가 25일 강릉시에서 마련한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강릉 사투리는 말의 길이나 높낮이를 뚜렷이 구분해 발음하고 여자들만 쓰는 말이 있는 등 희귀한 요소들이 남아있는 언어의 보물섬이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강릉 사투리는 태백산맥에 둘러싸인 지형적 요인으로 경상도와 함경도 문화를 받아들여 독특한 언어를 형성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 구절을 강릉 사투리로 번역하면 '남쪼루 창을 맹글라 그래요'로 표현되는 등 익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개그 프로그램에 강릉 사투리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강릉 사투리는 고립된 지역특성상 외래어의 침입이 적어 언어학 및 향토사학적 가치가 크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강릉 방언에는 훈민정음에서 창제 당시에만 볼 수 있었던 '?G(그릇)' '??버릇)'등 쌍받침이 아직 존재한다. 참외도 여전히 '외'로 부르고, '-과'처럼 여자들만이 쓰는 말 등 고어(古語)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강릉지역의 방언을 온전히 구사하는 토박이가 줄어들고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점점 독특한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젠 문헌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방언을 채록하고 과거 문헌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언어 학술대회, 출간작업 등 보존을 위한 대책도 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