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대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축구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K리그 컵 대회에 참가한 축구선수들에게 돈을 건네 승부조작을 지시한 뒤 스포츠 복권에 거액을 걸어 부당이득을 챙기려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브로커 A(27)씨와 B(28)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K리그의 C골키퍼 등 2개 프로구단 선수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승부조작을 공모한 뒤 정규리그와 함께 열리고 있는'러시앤캐시컵'조별리그에 출전한 프로축구 선수 2명에게 각각 1억원과 1억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 등이 선수들에게 돈을 건네 승부를 조작하도록 한 뒤 해당 경기의 스포츠 복권에 큰 돈을 걸어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돈을 건 복권이 법적으로 허용된 스포츠토토 복권인지 불법 사설복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곽규홍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구속된 브로커들에게 돈을 제공한 사람과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축구선수가 더 있는지, 어떤 형태로 승부조작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수사가 진행 중이라 선수 신원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축구 관계자들은 브로커들이 정규리그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컵 대회를 노린 것 같다고 밝혔다. 컵 대회는 일선 구단에'계륵' 같은 존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고 포상 규모(우승 1억원)도 작기 때문이다. 주말 열리는 정규리그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대부분의 구단은 1.5군 수준의 전력으로 나선다. 검찰에 체포된 C골키퍼는 소속 팀의 1번 수문장이 아니다. 정규리그에는 한 번도 나서지 않았고 컵 대회 4경기에서 11골을 내줬다. 주중 야간 경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도 떨어진다. 올 시즌 들어 한 경기도 TV에 생중계되지 않았다.
축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그 동안 승부조작과 관련해 여러 소문이 떠돌았지만 연맹 차원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현재 축구협회, 일선 구단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골키퍼는 지난 19일 소속 팀과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조직적인 승부 조작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C골키퍼가 5실점해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에 대해서도 구단은 "승부조작이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C골키퍼는 당초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출전 예정이었던 골키퍼가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해 경기 전날 밤 급히 호출됐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경기 당일 눈이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고 2군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 원정 경기에서 시즌 처음으로 야간 경기를 치러 대패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축구계에서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프로구단의 골키퍼가 승부 조작 문제로 자살했다는 등 승부조작과 연루된 선수들의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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