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본격적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카다피가 머무는 수도 트리폴리가 핵심 타깃이다. 3월 중순부터 리비아 공습을 시작했지만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전황 타개의 돌파구로 트리폴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것.
24일 오전 트리폴리에서 12~20차례의 큰 폭발음이 들리고 대공포가 발사되는 등 NATO군의 공습과 카다피군의 응전이 있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NATO군의 공습은 트리폴리를 겨냥한 지금까지의 공격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대규모 폭격은 이날 새벽 1시께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근처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20대가 넘는 전투기가 출격해 30분 이상 트리폴리 중심부 일대를 맹폭했다. AFP통신은 "폭격 지점과 가까운 자위야 거리 병원에는 포탄 파편에 당한 시신 3구가 들것에 놓여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NATO군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NATO군이 12~18차례 군과 의용군 막사를 폭격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 희생자는 대부분 인근에 거주하는 민간인"이라고 주장했다.
NATO군이 리비아 정권 핵심부인 트리폴리를 다시 정조준한 것은 카다피를 축출하거나 제거해 리비아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가 NATO군의 전략 변화를 주도했다. 제라르 롱게 프랑스 국방장관은 23일 "트리폴리처럼 인구밀집 지역에 은신한 카다피군을 제압하기 위해 유로콥터 타이거와 가젤 등 최신 공격 헬기를 리비아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프랑스군의 공격용 헬기 12대가 상륙지휘함 토네르 호에 실려 17일 리비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리비아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 특수부대가 헬기 공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카다피 시민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강화되는 모양새다. 리비아 공습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미국이 적극적이다. 시민군의 거점인 벵가지를 방문 중인 제프리 펠트먼 미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는 24일 "워싱턴에 대표부 사무소를 개설해 달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반정부 과도국가위원회(TNC) 측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시민군에 5,450만달러 상당의 구호물자와 2,500만달러 상당의 비살상 군사장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외교부도 이날 "TNC 측이 조만간 파리에 공식 대사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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