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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들 노선 변화

입력
2011.05.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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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노선 경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야 정당뿐 아니라 각 대선주자들도 노선을 조정하면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여야 내부에서 공히 "중도를 선점, 외연을 넓혀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고유의 정체성부터 지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장'이 화두였던 2007년과 달리 2012년 대선에선 '삶의 질'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어 앞으로 정책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 朴 중도 행보로 외연 넓히기… 빅3 "보수안방 선점" 右클릭

2007년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이념성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조사결과 일반 국민들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꼽은 인물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의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국민들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념 성향을 손학규 경기지사 보다 더 왼쪽으로 봤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의 조사를 지금 실시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23일 "박 전 대표가 어느 정도 가운데로 이동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당시 박 전 대표의 지지층과 현재의 지지층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 전 대표는 2009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원칙이 선 자본주의'를 표방한 뒤 자신의 정체성을 약간 왼쪽으로 옮겼다. 2010년 연말엔 '한국형 복지'라는 화두를 던지며 복지 화두를 선점했다. 감세 문제 등 최근 당내 현안에서도 그의 입장은 중도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박 전 대표는 보수층 지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중도 행보를 통해 외연 확장 시도를 계속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행보도 지지층 넓히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중당 출신인 김 지사는 '이승만 재평가''포퓰리즘 비판'등의 화두를 던지면서 자신의 몸을 오른쪽으로 틀고 있다. 일부 보수층이 그의 과거 경력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우향우도 일종의 외연확대 전략인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면 무상급식은 포퓰리즘'등의 구호를 제시하면서 오른쪽으로 한 클릭 이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뜻한 보수' 노선을 내세우는 오 시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 프레임에 끌려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최근'전술핵 재배치'주장 등의 안보 행보를 통해 보수층에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정 전 대표는 "대다수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지만 그것이 포퓰리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대선주자의 우향우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중도로 걸음을 옮기면서 비게 되는 보수의 안방을 치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孫 "진보 성장" 화두 新중도로… 강경파 "정체성 강조" 孫 견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연일 '민생진보'와 '진보성장'을 역설하고 있다. 친서민 드라이브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중산층을 확실히 끌어안겠다는 '신(新) 중도노선'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기존 노선보다는 약간 오른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돼 '손학규식 제3의 길'이란 얘기도 나온다.

손 대표는 24일 KBS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이제 민생 진보의 방향으로 변화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며 "불안한 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는 물론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진보적 성장의 길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나 진보는 스스로 진리가 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새로운 정치의 방향은 좌회전도, 우회전도 아니고, 오직 국민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때로는 고루한 이념에 갇힌 낡은 진보와 갈등이 있을 수 있으나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생진보'라는 화두를 꺼낸 데 이어 다시 '진보성장'을 강조하자 당 안팎에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을 떠올렸다.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의 새 지도자로 떠올랐을 때 전통 좌파 노선에서 벗어나 우파의 가치관까지 수용하는 노선을 제시했다.

당내의 온건파 의원들은 내달 '생활진보모임(가칭)'을 발족해 손 대표의 새로운 중도 노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모임에는 무상복지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김효석 강봉균 우제창 의원 등 20여명이 참여한다.

반면 강경파로 알려진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은 여전히 좌클릭을 주장하며 손 대표의 중도 노선을 비판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우선 진보진영과 우선 연대해 한나라당과의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경파들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서 당내 노선 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손 대표를 압박한 적이 있다.

대선캠프 격인 '국민시대'라는 싱크탱크를 발족시킨 뒤 대선 행보에 나선 정세균 최고위원도 손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분수경제론'에 이어 최근 '남부민주벨트' 를 화두로 꺼내 야권 통합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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