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불량 대공포(오리콘포) 몸통을 납품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군납업체 N사가 지난해 오리콘포의 핵심 부품인 레이더와 관련된 수십억원대 규모의 계약을 방위사업청과 체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N사는 국방부에 발전설비 등을 납품하고 무기 중개 등을 하는 군납업체로, 전자장비인 레이더와는 연관성이 거의 없어 특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본보 5월20일자 12면 참조)
24일 경찰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경남 양산시에 본사를 둔 N사 대표 안모(52)씨는 지난해 9~12월 4차례에 걸쳐 방사청이 공고한 오리콘포 레이더 외주정비 및 레이더 부품 공급 등 20억6,000여만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수도권 방공망을 갖추기 위해 1975년부터 도입된 오리콘포의 레이더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기를 추적하는 핵심 전자장비지만 N사는 지난해 계약 체결 전까지 단순 기계장치인 발전기 조립체ㆍ완충기 수리 등의 계약 실적만 있었을 뿐 레이더 관련 납품이나 정비 실적은 전무했다. 방사청 '물품 적격심사 기준'상 '성능, 품질 등에 있어 입찰대상 물품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인 것으로 최근 3년 이내 중앙 및 부대 정비 실적이 있는 자'라는 조건에 비춰보면 N사는 입찰 참가 자격도 못 갖춘 셈이다.
특히 방사청은 지난해 10월 레이더 외주정비 입찰 당시 '긴급 공고'를 내고 물품 적격 심사 적용 사항에 해당 품목인 레이더뿐만 아니라 관련성이 낮은 화포 및 화포 발전기까지 포함시켰다. 결국 N사는 1998~2004년 6차례에 걸쳐 오리콘포 몸통을 군에 납품한 것, 발전기 조립체(2007년 11월) 및 완충기 수리(2009년 3월) 실적 덕분에 다른 업체보다 계약을 수주하는 데 유리하게 됐다.
그러나 방사청이 2009년 5월 시행한 다른 2건의 정비계약 입찰 공고에는 '계약 목적물인 품목에 한한다'는 조건만 달았을 뿐 물품 적격심사 시 품목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N사와 방사청과의 유착 의혹 및 로비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한 엉터리 대공포 몸통을 밀반출한 뒤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국방부에 납품해 4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방사청 관계자들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리콘포 레이더와 관련해 N사와 계약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생산ㆍ정비 능력 등 현장평가를 거쳐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해군 함정에 공급되는 부품의 납품가를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등으로 지난 17일 구속수감된 상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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