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조기교육이 어린이들의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유현 서울대 의대 교수는 24일 성균관대 사교육정책중점연구소가 주최한 ‘사교육 없이 우리아이 키우기’ 포럼에서 “인간의 뇌는 단계별로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학부모들의 조기교육 열풍으로 어린 학생들의 뇌가 혹사당할 경우 각종 신경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주제발표문에서 “특정한 뇌기능은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이때 적절한 자극은 뇌기능 발달을 돕지만 과도하고 장기적인 자극은 오히려 뇌기능을 손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영유아기(0~3세)때는 신경세포의 회로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뇌의 고른 발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고루 발달하기 때문에 무리한 언어 교육, 독서 등 한쪽에 편중된 학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유아기(3~6세)에는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판단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이 시기에 예절 교육과 인성 교육이 이뤄져야 아이들이 좋은 인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입학에 대비해 암기 위주로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대신, 자유롭게 창의적 지식을 가르쳐야 전두엽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초등기(6~12세)에는 언어와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수학ㆍ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두정엽의 발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본격적인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서 교수는 “만 6세부터 본격적으로 한글 학습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며 너무 빨리 한글 교육을 시키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이미 배운 내용을 학습하기 때문에 국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 시기의 학습이 평생의 국어 실력을 좌우한다”며 “영어 등 외국어 교육도 이때 시작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부 어머니들은 뱃속에 아이가 있을 때부터 영어를 들려주며 자극을 주거나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뇌 발달 단계를 고려할 때 교육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대학입시가 모든 교육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아이들이 감정과 본능에 대한 고려 없이 공부만 잘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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