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탁새’는 바닷가에 사는 우리들에게 친근한 반찬이자 즐거운 간식이었다. 탁새와 시래기를 넣어 끓이는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밥상에 오르면 숟가락이 달그락거리며 가장 많이 드나들었다. 출출할 때 등에 알을 가득 품은 암컷만 골라 삶아 가족들이 모여 간식으로 까먹기도 했다. 랍스터는커녕 영덕대게도 모르던 어린 시절이었다. 굵직한 놈으로 골라 고소한 알을 파먹고 살을 파먹고 마지막에 껍질째 자근자근 씹다 보면 바다 내음이 났다. 늘 자맥질하며 노는 진해바다의 내음이었다. 가끔 탁새의 날카로운 껍질에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탁새는 맛있고 인기 있는 해산물이었다. 진해를 떠나면서 탁새를 잊어버렸다. 서울에서도 울산에서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요즘 직장 따라 마산을 오가며 다시 탁새를 만났다. 오랜만에 연락이 끊어진 보고 싶은 옛 친구를 만난 듯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굵지도 않고 알을 등에 품은 암컷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요즘 마산 일대 통술집에선 탁새가 안주로 나온다. 안도현 시인이 마산 와서 통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데 안 시인이 집는 탁새는 모두 알이 찼고 나는 꽝이었다. 탁새도 암컷만 안 시인을 찾아가니 그것도 안 시인은 여복이라며 박장대소를 했다. 우리가 모두 탁새라 불렀던 친구, 그 친구의 진짜 이름은 ‘갯가재’였다. 그래도 나는 본명보다 탁새라는 애칭이 훨씬 정겹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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