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인사들을 포함한 야권 주요 인사들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에 총집결했다. 이들은 이날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세워 야권 통합을 다짐했지만 통합의 방식이나 주체를 놓고 약간씩 견해 차를 보였다.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 노정연씨 등 유족들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참여정부 당시 핵심 참모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각 당 대표들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동영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등 30여명의 야권 전ㆍ현직 의원들이 참석했다. 여권에선 김해가 지역구인 김정권 김태호 의원(이상 한나라당)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가 모습을 보였다.
배우 문성근씨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 내내 비가 내렸다. 지난해 1주기 때에도 비가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유족 대표로 "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많은 분들을 지켜보며 흐뭇해 하실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추도식에 이어 사저를 찾아 권 여사를 예방했다. 권 여사는 "상처가 아물었나 싶었는데 바로 어제 같다"면서 "이 곳이 멀어서 안 오시면 외롭고 서운하고, 오시면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원칙을 지키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추도식이 끝난 뒤 문재인 이사장은 향후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야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상황인데 정당끼리 만나선 쉽지 않다"며 "시민사회가 중재해야 하고 저도 그런 역할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권통합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보하고 불리를 감수하는 바보 정신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답한 뒤 이른바 '문재인 대망론'에 대해선 "대답할 준비가 안 됐다"고 말을 아꼈다.
안희정 지사는 전날 "나무의 가지가 줄기 역할을 하면 나무가 자빠진다"고 언급한 데 대해 "손학규 대표를 공격한 게 아니라 정당인으로서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광재 전 지사는 "노무현의 사람들이 하나의 정파로 나서는 건 반대한다"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유시민 대표는 이날 추도식을 마친 뒤 "오늘은 말씀 드릴 게 없다"고 말하면서 자리를 떴다. 이날 손 대표와 유 대표, 안 지사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퇴임 후 머물렀던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가 1,2년 정도 후에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김해=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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