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 발표에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뚜렷한 인하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3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를 뒤로 미루고 당정협의를 거쳐 재조정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미적거리는 이유는 마땅한 인하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검토하는 가입비 인하 및 모듈형 요금제, 문자메시지 추가 무료 제공 등은 가입자들이 체감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방통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위해 좀 더 의견을 조정하겠다"며 "(한나라)당 의견도 수렴하고 통신업체들과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방통위 방안이 이용자 입장에서 미흡하다는 시인이다. 방통위가 '통신비 20% 인하'라는 요란한 공약과 달리 시원스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통신업계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기본료다. 매달 일정액을 내는 기본료는 모든 가입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월 1,000~2,000원 인하는 이용자 입장에서 성에 차지 않고, 그렇다고 월 5,000원을 낮추면 통신업계 연 매출에서 3조 원이 사라진다. 결국 월 5,000원 정도 파격적으로 내릴 수 없다면 표시도 나지 않는 월 1,000~2,000원 인하는 아예 얘기도 꺼내지 말자는 것이 방통위와 통신업계의 공통된 분위기였다.
그렇다 보니 방통위 인하 방안은 기본료를 제쳐두고 지엽말단적인 부분에 국한됐다. ▦SK텔레콤의 노인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 가입비를 월 1만8,000원으로 50% 인하 ▦음성과 데이터 이용량을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문자메시지 월 50건 추가 무료 제공 ▦휴대폰 제조사들이 직접 휴대폰을 판매하는 제도 도입 등이다. 통신업계의 원성을 듣지 않고 인하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한 결과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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