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당국이 23일 캠프 캐럴에 유독물질이 묻힌 사실을 공식 확인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미8군은 92년 미 육군 공병단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당시 매몰한 물질은 화학물질,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용액”이라고 밝혔다. 미8군은 다만 “보고서에 고엽제라는 말은 없었다”며 “추가 기록을 살펴보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설명은 다르다. 제초제와 고엽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물질이라는 것이다. 박용선 건국대 화학과 교수는 “제초제는 대상 식물을 선택적으로 죽이고 고엽제는 식물을 전부 고사시키는 정도의 차이일 뿐 두 물질을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초제와 고엽제 모두 다이옥신이 주성분이다.
특히 보고서는 “79년부터 80년까지 유독물질들과 주변의 흙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처리했다”고 적시했다. 옮긴 지역이 어디인지,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는지, 위험한 물질임에도 매몰 후 불과 1년 만에 이 같은 추가작업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또한 2004년 미군이 해당 지역에 시추공 13개를 뚫어 추가 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이 고엽제의 피해를 염두에 두고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온 셈이다. 하지만 미군측은 “보고서 외에 추가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입을 닫고 있다.
고엽제의 총량도 확실치 않다. 당초 205ℓ짜리 드럼통 250개가 묻힌 것으로 전해졌다가 드럼통이 600개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12만3,000ℓ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렇다면 미군은 고엽제로 추정되는 유독물질을 어디서 가져왔을까. 정부 관계자는 “6ㆍ25전쟁 때부터 70년대 초까지 남방한계선 이북 비무장지대(DMZ)에서 미군이 고엽제를 공공연하게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지역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불로 초목을 태우는 화공작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재 위험이 커 안전한 고엽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보훈처 확인 결과, 실제 군복무 중 고엽제 피해로 정부 보상을 받은 한국인의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10여명에 달한다. 미군과 함께 고엽제를 살포했거나 이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미 정부는 그간 휴전선 지역에서 사용하다 남은 고엽제를 60년대 말에 바다에 전량 폐기했다는 입장이었다.
월남전의 부산물일 가능성도 높다. 고엽제 파문을 폭로한 전 미군병사 스티브 하우스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도 들어온 것 같다. 드럼통의 일련번호에 베트남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이 74년 월남에서 철수한 후 반전시위가 거셌던 본국으로 고엽제를 가져갈 수 없어 맹방인 한국에서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엽제의 피해가 90년대에 들어서야 부각됐고 한미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당시 고엽제 반입 사실을 알았더라도 반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