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을 읽으며 한국 젊은이들의 낙천적인 면을 느끼게 됐다. 넘치는 유머로 스스로의 운명에 대해 조롱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진 놀라운 작가다. 한국 문학은 젊고 개성 있는 작가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달려라,>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1)는 대표적 지한파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에서 소설도 집필한 그답게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도 겉치레 인사말이 아니었다.
23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성 작가들이 전쟁의 추억을 작품화한다면 그 다음 세대는 전쟁의 기억을 넘어 유쾌하면서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국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미국문학은 이런 젊음이 없다. 한국 문학이 훨씬 더 미래가 밝다"고 한국의 젊은 문학을 상찬했다. 2년 만에 방한한 그는 "2년 사이 경제 위기가 있었는데 내가 체류 중인 미국이나 프랑스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데 한국은 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가을 프랑스에서 출간될 새 단편소설집에 실리는 상당수 작품도 한국에서 집필했다는 그는 "서울 전철 안 풍경이나 전철에서 바라본 한강,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등을 보고 들으며 느낀 것을 많이 담았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은, 서구 문명에서 벗어나 제3세계와 접속하며 보편적 휴머니티를 발견하려는 그의 작품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작품 초기 현대사회의 모순과 대결했던 그는 점차 아시아와 남미 등을 여행하며 서정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문명 비판으로 나아갔다. 그는 "문학은 언어를 넘어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중요한 영역을 담당한다"며 "각 문화를 이해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인간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문학이 할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해서도 "SNS 때문에 전 세계가 빠른 시간에 소통하면서 독재나 반인륜적 범죄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며 "주먹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길이 더 열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TV를 중심으로 한 대중 영상문화 범람에 대해서는 "미디어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음향이나 이미지로 조작된 비전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일본의 시인 바쇼가 글을 쓸 때는 쇼군의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폭력적 이미지로 대체됐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TV가 지배하는 세상, 텔레크라시(telecracy)에 작가들이 편승하지 말고 고독하지만 글을 쓰는 것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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