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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아버님의 사랑말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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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아버님의 사랑말씀 6

입력
2011.05.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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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시인

너 이놈으 자식 앉아봐 아버지는 방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여그도 못살고 저그도 못살고 오막살이 이 찌그러진 집 한칸 지니고 사는디 넘으 집 칙간 청소하고 돈 십오만 원 받아각고 사는디 뭐 집을 잽혀야 쓰겄다고 아나 여기있다 문서허고 도장 있응게 니 맘대로 혀봐라 이 순 싸가지 없는 새꺄 아 내가 언제 너더러 용돈 한푼 달라고 혔냐 돈을 꿔달라고 혔냐 그저 ?설?안 남은 거 숨이나 깔딱깔딱 쉬고 사는디 왜 날 못살게 구느냔 말여 왜!왜!왜! 아버지 지가 오죽허면 그러겄습니까 이번만 어떻게… 뭐 오죽허면 그러겄냐고 아 그렁게 여기 있단 말여 니 맘대로 삶아 먹든지 고아먹든지 허란 말여 에라 이 순......

그날 은행에 가서 손도장을 눌러 본인 확인란을 채우고 돌아오는 길에 말씀하셨습니다. 아침에 막걸리 한잔 먹고 헌 말은 잊어버려라 너도 알다시피 나도 애상바쳐 죽겄다 니가 어떻게 돈을 좀 애껴 쓰고 무서운 줄 알라고 헌 소링게…

● "청개구리야, 너, 엄마 말 잘 안 듣는다고 교과서에 다 나왔다."

"그러는 댁은요?"

잔디밭에서 풀을 뽑다 만난 청개구리한테 괜한 말을 던졌다가 본전도 못 찾는다.

어버이날은 피가 역류하는 날인가. 어버이에게서 내려받은 피를 자식들이 어버이에게 되밀어 올려 보는 날인가. 이성복의 시구처럼 '어머니 가슴에서 못 하나 뽑는'날인가. 못 뽑힌 가슴에 카네이션 꽃 붉은 날인가.

만발한 별꽃, 듬성듬성 민들레꽃. 꽃들이 예쁜 것은 씨앗을 생각하는 식물들의 마음이 같이 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꽃핀 풀들을 뽑을 때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은행에서 돌아오는 아버지와 아들 모습 떠올라 가슴 찡한 시네요. 그러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요. 자식을 향한 부모 가슴 늘 저리 넓고 깊어, 자식은 부모 가슴에 못을 박을 수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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