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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서각, 왕실 도서관 위상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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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서각, 왕실 도서관 위상을 잇는다

입력
2011.05.2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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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다음 달 새집을 갖게 된다. 장서각은 조선왕실 도서와 민간 기탁ㆍ기증 고문헌 등을 보관, 전시해 온 시설이지만 이제까지 단독 건물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민간 기탁ㆍ기증 고문헌의 증가로 신축 필요성이 제기돼 2009년 4월 6일 착공돼 올해 5월 완공됐다. 총예산 226억원이 들어간 새 장서각은 지하 2층 지상 3층에 건축규모 1만128㎡으로 조선 시대 사고(史庫)건물을 형상화했다.

장서각은 이번 신축 개관을 기념해 6~9월 '국가 경영, 왕실 문화, 선비 정신'을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선보인다. 6월에는 개관식도 가질 예정인데 장서각에 조선 왕실 및 고문헌을 기증ㆍ기탁한 전주 이씨, 반남 박씨 서계가문, 광주 안씨 순암 가문, 고성 이씨 임청각, 진주 정씨 우복 가문, 경주 손씨 우재 가문, 초계 정씨 동계 가문, 파평 윤씨 소남 가문, 순홍 안씨 사제당 등이 초청돼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이번 장서각의 신축 개관은 왕실도서관의 위상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다. 1908년 고종 황제는 왕실 문헌을 관리하기 위해 대한제국황실도서관(제실도서관)을 세우려고 했으나 1910년 한일강제합병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고종은 적상산사고에 있던 자료들을 모아 1911년 장서각을 만들었다. 81년에는 장서각이 공공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산하로 들어갔고, 약 9만여의 책의 고전도 이관됐다. 하지만 독립 건물은 여전히 없었다. 따라서 장서각의 신축은 고종 황제의 유지와 왕실도서관의 전통을 계승하고, 그 위상을 새롭게 확립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장서각 신축의 또 다른 의미는 한국학 자료의 보존과 연구의 본산 기능의 수행이다. 새 장서각은 왕실 도서의 관리와 함께 멸실의 위기에 놓인 민간 고전들을 수집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 국내ㆍ외 한국학 연구자들이 상시 방문해 열람 및 연구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해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고문헌 연구 기관으로서의 거듭나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한국학 아카이브의 위상 확보라는 의미도 지닌다. 전시 및 열람을 통해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함으로써 고전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건전한 역사관을 함양시키는 것이다.

이번 신축 개관전에는 모두 138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팔도지도> <숙종인현왕후가례도감도청의궤> <낙셩비룡> <손소 적개공신도상> 등이다.

<팔도지도> (1896년ㆍ고종)는 전라 충청, 강원 경상, 황해 평안, 경기 함경의 4첩으로 구성한 채색 지도. 전체 도 지도와 군현 지도로 구성되는데 섬까지 자세히 그린 것이 특징이다. <숙종인현왕후가례도감도청의궤> (1681년ㆍ숙종)는 숙종과 인현왕후 민씨의 혼례 행사를 맡은 도감에서 정리한 책으로 혼례 준비 과정의 논의, 각종 문서, 사용된 물자, 동원된 인력 등을 상세히 정리했다.

<낙셩비룡> (19세기)은 한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한글 창작소설. 명나라 때 조실부모하고 떠돌던 주인공이 뒤에 출세해 재상의 사위가 돼 전란을 평정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한글 흘림체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손소 적개공신도상> 은 세조 때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공이 있는 손소에게 적개공신의 칭호를 내린 내용이 담겨 있다. 손소는 당시 박중손의 종사관으로 공을 세워 적개공신 2등에 봉해졌다. 이를 기념해 초상도 그려졌는데 특히 이 초상은 청색 단령에 금실로 수놓은 학 흉배를 하고 있는 조선 전기 공신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김학수 장서각 국학자료조사실장은 "이번 장서각 신축은 100년을 내다보는 국가 고전 관리체계 확립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 인터뷰/ 이완우 장서각 관장 "고전적인 것의 대중화 기반 마련"

"이번 장서각의 신축 개관이 대중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건전한 역사관을 함양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완우(54ㆍ사진) 장서각 관장은 23일 "그동안 일반인들은 고전적인 것에 대해 어렵고 친숙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개관 전시회를 통해 이 같은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장은 올해가 장서각 발전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풀어놓았다. 그는 "예산 부족으로 장서각 소장 자료에 대한 상세목록, 전수해제 등 종합적 정리 및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는데 올해부터 5년간 매년 20억원씩 모두 100억원의 장서각 연구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며 "자료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통해 학술적 연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관장은 특히 시급성이 요구되는 <한국본 상세목록집> 간행, <영조대왕 자료집> 발간 등을 우선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관장은 대중과 호흡하는 장서각을 만들기 위해 교육 및 대중화 사업도 준비 중이다. 그는 "9월에 장서각 아카데미를 개설한다"며 "왕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고문서 환수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한 국가의 힘은 역사와 미술과 음악, 과학과 기술 등을 집약한 정신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며 "장서각은 앞으로 해외에 있는 고문서 등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관장은 한국외국어대에서 한국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한국미술사학회 이사 및 서울시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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