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의 연기나 영화에 주목하지 않았다. 영화 ‘4교시 추리영역’(2009)에서 ‘모든 누나들의 남동생’ 유승호와 함께 키스를 나눴다는 사실만이 인터넷을 달궜다. ‘막돼먹은 영애씨’와 ‘닥터 챔프’ TV드라마 두 편이 이어졌지만 존재감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아마 많은 관객들이 ‘써니’(감독 강형철)의 어린 춘화를 보며 질문을 던졌을 듯. “도대체 이 배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강소라(21)는 신인 아닌 신인이다. 시작부터 주연을 꿰찼고, 두 번째 영화 ‘써니’도 주연급이다. 1980년대 후반 여고 7공주의 리더로 친구들을 우정으로 다독이며 싸움판에선 호쾌한 몸놀림을 펼치는 “멋진 계집애” 춘화. 배역이 지닌 매력도 매력이지만 시원시원한 외모의 강소라이기에 관객들은 춘화에 더욱 빠져든다. 그는 22일까지 265만명의 관객이 찾은 ‘써니’의 주요 발견 중 하나다.
강소라의 꿈은 연극ㆍ뮤지컬 연출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뮤지컬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뮤지컬에 반한” 그는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주저 없이 연극부에 들어갔다. 고교 시절 “돈이 생기면 탈탈 털어 주말마다 대학로로 달려갔고”, 자신이 연출한 연극 두 편으로 청소년연극제를 찾기도 했다. 연기도 병행했지만 그저 남는 역할 정도였다. 동국대 연극학과도 연출 공부를 위해 들어갔다.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었던 듯. 고교 2학년 때 청소년연극제에서 받은 상도 연기장려상. “고작 대사 열 마디 정도”인 배역이었지만 그때부터 타고난 재능은 감출 수 없었나 보다.
배우를 딱히 꿈꾸지 않아서였는지 데뷔는 느닷없었다. 영화사에서 일하는 사촌언니가 “놀면 뭐 하냐. 이런 기회 없다”며 휴학 중이던 그에게 ‘4교시 추리영역’의 오디션을 권했고, 덜컥 캐스팅됐다. 강소라는 “호기심도 있었고, 연기를 하면 연출에 도움도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다음 날 촬영에 들어가 캐릭터 파악이고 뭐고 없었던” 데뷔작. 그는 “관객들에게 죄송하고 스스로에게 실망도 컸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관객에게 덜 죄송한 ‘써니’ 덕분에 연기의 깊이와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여자가 이끌어 가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던” ‘써니’도 조금은 얼떨결에 캐스팅된 경우. 그는 “오디션에서 긴장하지 않기 위해 강형철 감독의 사진을 인터넷으로 매일 봤는데 정작 강 감독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사진 속 근엄한 모습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건방지게 웃어서 떨어졌나 생각할” 즈음 캐스팅 통보를 받았다. “웃는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네요. 신인답지 않게 여유로워 보였나 봐요. 키(168㎝)와 덩치의 영향도 좀 있었듯 하고요.”
연달아 주연급 연기를 하고도 그는 “프라이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비중이 크면 부담스럽다. ‘써니’도 등장인물이 많아 내가 좀 못해도 되겠다 싶어 선택했다”고도 했다. “아직까지 자신이 없다”는 게 이유. 그는 “지금도 내 연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영화 속 춘화를 보면 그냥 딴 아이 같고 신기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불량학생) 상미를 때리는 장면을 보면 스스로도 가장 놀래요. ‘야, 야무지게 때렸네’하면서요.”
그래도 남는 의문점. 발차기와 뺨 때리기는 어려서부터 좀 준비된 것 아닐까. 그는 손사래를 쳤다. “구두 안 신으면 학교도 못 가는 줄 안 공주과였다”는 것. “시나리오엔 그저 ‘열심히 싸우는 멤버들’ 한 줄만 있어 액션이 많은 지 몰랐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낚였다고 말하곤 했죠. 영화 속 액션은 벼락치기로 몇 시간이고 한 동작만 반복 연습해서 나온 결과에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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