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입니다."
22일 정유업계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최근 몇 달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관행을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그 결과와 함께 과징금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
이미 과징금 부과라는 방향은 정해졌고, 규모가 문제인데, "(공정위가)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금액을 부과할 것"이라는 말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김동수 공정위 위원장도 지난달 국회 정책포럼 강연에서 "무겁게 제재를 내리겠다"고 밝혔었다.
현재 공정위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원적지 관리'.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매출이 좋거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다른 회사 주유소를 자기 회사 간판으로 바꾸기 위해, 혹은 다른 회사에 자사 소속 주유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면 계약을 맺고 싼 값에 기름을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또 일부 지역에서 정유사끼리 암묵적으로 상권을 나눠 상대 주유소 영역에 자사 주유소를 내지 않는 담합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한 정유사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 제도를 활용, 제보를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져 정유사들간 분위기는 험악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과징금이 부과되는 날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한석유협회 차기 회장을 뽑는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박봉균 SK에너지 사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등이 각각 올 초와 지난해 8월 새 대표에 오른 이후 처음 자리를 함께 한다.
이 날 회의에서는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을 차기 회장으로 뽑을 예정이다. "정부의 기름 값 인하 압력에 시달려온 정유업계가 업계 사정을 모르는 여권인사를 마지 못해 회장 자리에 앉혔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한 업체의 제보로 이뤄진 공정위 조사 결과에 정유업체 모두 가슴을 졸이는 사태를 맞게 된 셈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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