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한 저축은행 부실ㆍ비리 수사가 정∙관계로 방향을 틀면서 여의도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때맞춰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는 영업정지 전에 예금을 인출하거나 각종 로비에 연루됐다는 정치인들의 명단이 그럴 듯한 루머와 함께 나돌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의혹을 둘러싸고는 여야를 막론한 다수의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부산에 지역구를 둔 중진급 여당 의원 2, 3명은 감독 당국 등으로부터 영업정지 방침을 사전에 입수, 이를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급기야 "초선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영업정지 전에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각종 개발 사업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대출 등을 통해 성장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인ㆍ허가 과정에 연루됐다는 정치인들의 이름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저축은행의 금융 브로커 윤모씨가 구속되면서 그의 로비대상에 정권 실세까지 들어 있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야당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야권 인사들 여러 명이 도마에 올라 있다. 참여정부 실세로 알려진 야권 인사 4,5명은 저축은행의 각종 인ㆍ허가에 연루됐으며, 2,3명의 야당 의원은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저축은행 감독 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선 감사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인사들도 각종 로비에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2004년부터 약 4년간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장관 퇴직 이후 고향 후배가 대표인 모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일단 검찰은 "이번 수사는 저축은행 부실 과정의 대주주 비리와 당국의 부실감독 등을 규명하는 전형적인 금융권 비리 수사"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 저축은행 비리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가 추진된다면 정치권 전체가 저축은행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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