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팔을 좀 더 높이 치켜들고 시선은 손 끝에." "스텝은 좀더 가볍게 움직여 보세요."
19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 연서중학교 별관 '사랑의 교실.' 김한나(29) 강사는 걸그룹 카라의 노래 '미스터'에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며 학생들의 춤 동작 하나하나를 바로 잡아주느라 쉴 틈이 없었다.
2명씩 한 조를 이뤄 라틴 댄스 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연서중 '사랑나눔반' 학생들과 이 학교 특수학급 '사랑반' 친구들. 지적ㆍ발달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배우게 하자는 취지로 올해 3월부터 주 1회 실시되는 동아리 활동이다. 박혜영(47) 연구부장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시도"라며 "일반 학급 학생 18명이 사랑나눔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활동은 요리 배우기. 직접 메뉴를 고른 뒤 장을 보고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졌다. 지적장애2급 안재위(15)양은 말투는 어눌했지만 "부침개를 만들어 요리 경연에서 1등을 했다"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단짝 박은정(15)양이 생긴 게 기쁜 표정이다. 박양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함께 요리를 만들고 춤도 배우면서 훨씬 가까워졌다"며 "재위랑 지내면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특수학급 아이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받을 때는 마치 외딴 섬처럼 주눅들고 잘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며 활기를 되찾는 것 같다"고 했다.
특수학급 담당 변영남(32) 교사는 "준영(14ㆍ가명)는 "'동아리 활동 언제 해요'란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라며 "특히 누나들을 잘 따른다"고 귀띔했다. 이날도 댄스 파트너인 박소현(15)양의 손을 꼭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소현 누나가 제일 예쁘냐"고 묻자 "예지가 더 좋아요, 예지"라고 수줍게 웃었다.
박 부장은 "올 가을 학교축제인 연서제 때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댄스 공연도 펼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사랑반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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