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한 마디는 친구의 가슴에 비수가 돼 꽂힐 수도 있고, 친구의 인생을 결정하는 보석 같은 조언이 될 수도 있습니다."
21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고양청소년수련관 2층 강의실. 권현숙(41ㆍ여) 고양시청소년지원센터 상담원이 말문을 열자 학생들의 눈빛이 자못 진지해졌다.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은 고양 지도중학교 1~3학년생 15명으로, 학기 초 모집한 '솔리언(Solian) 또래상담사'에 자원해 선발된 청소년들이다. 솔리언은 'solve(해결하다)'와 'ian(사람을 뜻하는 접미어)'의 합성어로, 솔리언 또래상담은 청소년들이 상담을 통해 친구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고민상담을 친구에게 한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청소년상담원이 1990년대 말부터 전국 초ㆍ중ㆍ고에서 실시 중이다. 고양시는 솔리언 또래상담이 활성화된 지역 중 한 곳이다.
이날은 자신에 대한 이해 및 또래상담의 개념 등에 대한 기초반 두번째 수업. 권 상담원이 "여러분은 누구보다 친구에게 관심을 갖고,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친구를 존중하며 진실한 대화를 나눠야 하고,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줘야 됩니다"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 4시간 동안 수업을 받은 박지원(13)양은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어 신청했지만 첫 수업 때는 내가 상담을 한다는 사실이 어색했다"며 "교육을 받을수록 또래상담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기초반은 한 달에 한 두 차례씩 1년간 약 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을 마치면 수료증을 받고 청소년상담원에 또래상담사로 등재돼 친구들에게 다가가거나 상담원 홈페이지에 접수된 상담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별도의 상담실을 만들어 이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심화반에서는 더 깊이 있는 상담기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지난해 기초반 교육을 받은 장승훈(14)군은 "가정문제 등으로 학교생활이 좋지 못했던 친구를 상담한 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며 "나 자신도 조금은 우울증 증세가 있었지만 또래상담을 배우고 적용해 가는 과정에서 모두 극복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솔리언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고양시에서는 그 동안 1,240명의 또래상담사를 배출했다. 지도중 상담반을 맡고 있는 홍인순(46ㆍ여) 국어교사는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어 진정성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며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정확히 알고 가다듬어야 해 또래상담은 상담사 스스로도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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