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주식시장의 조정속도가 심상찮다. 이달 2일 사상 최고점(2,228.96)을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다음 날부터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속락해 20일에는 5%나 넘게 빠졌다. 증시 하락을 이끄는 주체는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외국인. 차익실현과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지만, 이들의 매도 공세가 다음달 중순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외국인 매도 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일부터 7일간 2조7,20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체 자금 가운 한국 투자 비중이 10%가 넘는 대부분의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5월12~18일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에서 6억8,400만달러가 순유출됐고,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에서도 4억3,7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외국인 매도세는 ▦차익실현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설명된다. 하나대투증권 조용현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해 조정과정의 되돌림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부터 이달 20일까지 상승률은 7.97%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20일 기준) 미국 다우지수 상승률은 3.88%에 불과하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6.31%와 0.21% 떨어졌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상황도 외국인 매도세의 또다른 요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재부각 우려와 부진한 미국의 경제지표,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위험자산을 회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대응 어떻게?
증시에서도 신중론으로 돌아서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하반기 성장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며 "국내 증시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의 매력도가 낮아졌다"며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시장 비중'으로 하향 조정했다. 종합하면 6월, 즉 2분기까지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외국인도 그 이후가 돼야 투자 방향을 확실히 정할 거란 얘기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구체적 대응방법에 대해서는 주요 증권사마다 입장이 확연히 엇갈린다. '주식에서 돈을 빼라'는 극단적 주장을 하는 증권사는 없으나, '당분간 증시는 잊으라'는 의견부터 '자동차와 화학 종목의 저가매수 기회'라는 공격적 의견도 있다.
3분기 큰 조정을 주장하는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화학 종목을 지금 사들이면 꼭지를 잡을 수 있다"며 "(조정이 찾아 온) 3분기 이후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시장분석팀장은 "기존 주도주의 상승추세를 더 기대하기 어렵다"며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좋은 IT업종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올들어 강세장을 주장해 온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은 외국인 매도세가 자동차와 화학 업종이 주도하는 시장의 상승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당연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이 IT뿐만 아니라 화학과 자동차주의 저가매수 기회"라는 입장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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