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에 '낙하산 감사'로 내려가는 관행을 금지하자 엉뚱하게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잇달아 연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시즌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가 임기를 마치는 곳은 모두 16개사다. 이중 현대ㆍ한국ㆍNHㆍSKㆍ동부ㆍ신영 등 6개사는 재선임을 결정했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감사 선임 건으로 이사회를 한차례 연기한 끝에 재선임 안을 의결했다.
따가운 외부 시선 때문에 고심하기는 했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고 주총 전까지 새로운 인사를 선임할 시간도 부족해 연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들 증권사의 설명. 하지만 "여론은 한때지만 금감원 검사는 영원하다"는 증권업계 사정도 내심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을 고려해 상근감사를 비 금감원 출신으로 바꾸거나 사외이사만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한 곳도 있지만 4곳에 불과하다. 한화증권은 손승렬 전 한화증권 상무를 상근 감사위원으로 선택했고,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나홍문 전 산은캐피탈 검사실장을 상근감사로 데려왔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출신인 감사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하자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비금감원 출신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증권사도 이트레이드증권 한 곳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직 감사 선임 안건을 공고하지 않은 6개사도 연임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도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를 재선임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내달 주총에서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생명보험사 가운데 신한ㆍ흥국ㆍ알리안츠ㆍPCA 생명 등 4개사는 감독원 출신 인사가 감사직을 맡아왔다. 신한생명 소순배 감사는 한차례 연임한 만큼 나머지 3개사의 연임이 가능하다.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고 임직원의 상근감사 행도 제한하고 있지만, 기존 감사의 연임 문제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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