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남편과 재혼 1년여 만에 이혼소송을 벌이던 중 실종된 박모(50)씨가 5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 강모(5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긴급체포, 혐의를 추궁하고 있다.
22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오후 2시께 부산 사하구 을숙도대교 인근 낙동강에서 한 여성 시신이 등산용 검은색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것을 강변 정화작업에 나섰던 환경단체 회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쇠사슬에 묶여 높이 1m 가량의 등산용 가방에 웅크린 채 들어 있었으며, 얼굴 등 전신이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을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안한 결과, 지문이 지난달 2일 외출했다 연락이 끊긴 박씨의 것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3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경찰은 박씨의 목에 졸린 흔적이 있는 등 타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자 21일 오후 남편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긴급체포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박씨의 사망시점은 외출 당일로 보이며, 지난달 2일 북구 화명동 자신의 아파트를 나서 택시를 타고 해운대 모 콘도 앞에서 내린 직후 (남편을 만나)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혼소송 재판기일(4월20일)을 앞두고 외출한 박씨가 사건 당일 수 차례 남편 강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며,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장소가 별거중인 남편의 집 인근이었고, 전원이 꺼진 3일 오전 0시33분에 남편의 휴대전화 위치도 같은 곳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특히 지난달 14일 압수한 강씨의 그랜저 승용차에서 박씨가 외출 당일 꽂고 나간 것으로 보이는 머리핀과 혈흔을 발견한 데 이어, 강씨의 컴퓨터에서 '사체 없는 살인' 등과 같은 인터넷 검색 기록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강씨가 박씨를 유인해 살해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시신을 옮겨 을숙도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변호사 입회 하에 이틀째 조사를 받고 있는 강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증거가 하나 둘 제시되면서 미세한 심경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수 북부서 형사과장은 "23일 오전까지 보강수사를 마친 뒤 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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