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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후쿠시마의 한중일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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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후쿠시마의 한중일 정상

입력
2011.05.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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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등 3국 정상이 21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지역 인근 이재민 피난소를 방문했다. 원전사고 현장에서 65㎞ 떨어진 후쿠시마시를 방문한 3국 정상이 피난소 주민들을 격려하고, 지역 농산물인 체리,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함께 먹는 모습을 통해 일본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 오염 정도가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본산 먹거리의 안전성도 보장받겠다는 심산이다.

일본 이미지 쇄신엔 좋겠지만

3월 11일 도호쿠(東北)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의 이미지는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지난달 일본 방문 외국인은 2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감소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창궐로 해외 여행을 기피하던 시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방문객이 100만명에 가까웠던 것을 감안하면 30%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전 지역으로 알려진 오키나와(沖繩)와 홋카이도(北海道)마저도 관광객이 급감했다.

세계 최고의 건강식이자 안전한 먹거리로 알려진 일본 음식들도 최근 곳곳에서 천덕꾸리기 취급을 받고 있다. 홍콩과 태국의 유명 호텔에서는 이미 일본의 대표 음식인 스시를 내놓지 않는 곳이 많고,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에 상관없이 일본 먹거리를 수입하지 않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이런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단순한 풍평피해(風評被害ㆍ소문에 의한 피해)일 뿐이라고 하소연했으나, 약발이 제대로 먹혀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3국 정상의 후쿠시마 방문으로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비록 일본이 당초 원했던 후쿠시마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는 못했지만, 이곳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3국 정상의 후쿠시마 방문이 일본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를 한 번에 날려버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바다와 토양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도 계속 검출되고 있다. 더욱이 사고 수습을 맡고 있는 일본 정부와 도쿄(東京)전력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데 인색하다. 심지어 도쿄전력은 권력 핵심층에게조차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최근 도쿄전력이 쓰나미 발생 직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시간대별 상황에 대해 "언론 보도를 접하고 처음 알았다"고 밝혀 정부와 도쿄전력과의 불협화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더 중요한 건 진실을 말하는 것

정부도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총리 보좌관은 최근 강연회에서 "(원전과 관련, 국민들에게) 비밀이 많아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언급,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여전히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인상이 있는 한 이번 3국 정상의 후쿠시마 방문은 일회성 정치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지금 원전 사고 수습에 임하는 관계자들이 가장 명시해야 할 말은 다름아닌 '정직이 최선의 방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속담이 아닐까 싶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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