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우와~'
환호성이 체육관을 가득 채운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사인 공세도 이어진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가수의 콘서트 현장이 아니라 해외에서 열린 씨름교실의 풍경이다.
스페인에 사는 동포와 현지인들은 21일(한국시간) 마드리드 한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마드리드 씨름 시범경기'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는 씨름의 화려한 기술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특히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포 2세들은 한국의 전통스포츠인 씨름이 마냥 신기한 듯 시범경기가 진행된 1시간30분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대학씨름연맹과 마드리드 한인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100여명의 학생과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2명의 대학 선발팀은 씨름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술 시범과 체험 등으로 한국의 얼이 담긴 씨름을 소개했다. 손, 다리, 허리, 종합기술 시범을 보여줄 때마다 100㎏이 넘는 거구들이 매트에 그대로 고꾸라지자 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뒤집기 기술을 본 마르타 카발레로(여ㆍ23)는 "와우~ 믿어지지가 않는다. 꼭 배우고 싶다"고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단체전 시범경기에 이어 체험 시간이 되자 너도 나도 손을 들며 샅바 욕심을 드러냈다. 샅바를 잡고 기본 자세에 대해 설명 듣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앞서 배운 대로 안다리와 밭다리 기술을 걸어 '거인'인 씨름 선수들을 넘어뜨리자 체육관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체험 후 학생들끼리 '장사'를 가리는 미니 대회가 열렸다. 윤승재(10)군은 다리 기술에 이은 되치기까지 구사하는 빼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아쉽게 패한 김관형(9)군은 "안다리 기술이 가장 멋있는 거 같아요. 형들을 넘길 수 있는 재미가 있는데 잘 안 쓰러져서 분했어요"라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시범경기가 끝나자 학생들은 씨름 선수에게 달려가 사인과 기념촬영을 요청했다. 사인공세가 낯설었던 대학 선발팀의 장대현(인제대)은 "샅바를 잡고 나서 처음으로 사인해줬다. 아이들이 즐거워해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장 박병훈(영남대)은 "여기에 사는 학생들도 한국 핏줄이니 전통스포츠인 씨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계속해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1982년에 세워진 마드리드 한글학교의 정태화(47) 교장은 "유아부부터 중등부까지 5개 반에서 100명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다. 샅바를 잡아본 것만으로 아이들에게 훌륭한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마드리드=글ㆍ사진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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