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북 요인 중 하나로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강화가 지목되면서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 현상이 또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갈수록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재계 등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북한의 나선특구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이 지역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선특구는 북한이 중국의 경제개발 노선을 본 떠 함경북도 나진시와 선봉군에 설치한 자유경제무역지대를 말한다. 중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계획부터 투자, 운영까지 모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달 28일에는 북한 신의주 압록강 하류의 섬 황금평을 중국 주도로 임가공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착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황금평 개발은 나선항 특구 개발과 함께 북중 경협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북한 광물자원 싹쓸이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광물의 상업성에 주목한 중국 기업들이 직접 북한에 진출해 광물을 캐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품목 10위 내에 석탄(1위ㆍ3억9,000만 달러) 철광석(2위ㆍ1억9,000만 달러) 선철(3위ㆍ6,400만 달러) 아연괴(5위ㆍ4,700만달러) 마그네사이트(10위ㆍ2,100만 달러) 등 광물과 관련 1차 산품이 5개나 포함돼 있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대중 수출액이 2009년 4,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9,000만 달러로 300%나 급증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무역협회와 KOTRA 등의 자료를 근거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광물 자원 규모는 8억6,000만 달러로 2002년의 5,000만 달러보다 17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1~3월 중국에 수출한 광물 자원 규모가 1억5,4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5배나 급증했다.
북한의 전체적인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교역액은 34억6,600만 달러로 2009년보다 32%나 증가했다. 이는 중국이 이 통계를 발표한 1998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중국은 전년보다 25% 높아진 22억7,781만 달러 어치를 북한에 수출했고, 북한은 2009년보다 46% 높아진 11억8,786만 달러 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반면, 남북교역액은 같은 기간 14% 증가에 그쳐 19억1,000만 달러를 기록, 북중 교역액의 절반에 머물렀다.
북한이 중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품목은 연료와 식량이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수입품목 1,2위가 원유와 석유연료였다. 쌀과 밀가루 역시 수입품목 10위권 내에 포함돼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온 곡물의 총 수입액은 1억1,500만 달러로 2009년 총 수입액 6,400만 달러보다 배 가까이 폭증했다. 대중 비료 수입액도 2006년 2,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122만 달러로 급증했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이 유일한 북한의 의존국가가 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중국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국 예속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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