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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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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입력
2011.05.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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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부가 2년여 전인 지난 2009년 4월 발의한 법안이다. 어렵사리 작년 4월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의 핵심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 법안은 다만 금융자회사의 수가 3개 이상이거나 총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 내에 금융 및 비금융 부문이 뒤섞이지 않도록 금융만 총괄하는 '중간지주회사'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개정안이 이런 절충적인 모양새를 갖추기까진 진통이 심했다. 당초 정부의 원안에는 '부채비율 200% 이내 제한''비계열사 주식 5% 초과 보유 금지' 등의 규제들을 폐지하는 방안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정부 및 여당측이 규제 완화 방안을 철회하고 중간지주회사 설립 등 절충 방안을 모색하면서 극적인 합의안이 도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재벌 특혜' 논란 때문. SK, CJ 등 몇몇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법에 따라 금융자회사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세금 감면을 받아놓고,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가 금융자회사 매각을 차일피일 미루며 버티고 있다는 게 야당측 주장이다. 반면 정부 및 여당 등에선 세제 혜택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 때문에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법적인 불확실성만 높이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더구나 금융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일명 '쌍둥이 법안'인 금융지주회사법은 통과시켜 놓고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는 허용하지 않게 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찬ㆍ반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 조속 처리 찬성

"지주회사는 기업가가 선택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주회사는 나쁜 지배구조도, 그렇다고 좋은 지배구조도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애먼 이들이 특혜 공방의 '유탄'을 맞을 위기에 놓여 있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규제 완화 방안이라곤 하지만 애초 정부가 폐지할 것을 제안했던 규제들 가운데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규제, 비계열회사에 대한 5% 지분율 규제 등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대로 살아남았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금지, 증손회사 보유 지분율 요건 등 몇 가지만 완화됐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SK와 CJ 등 대기업집단 특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개정안의 방향이 옳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방향은 옳다. 기업들을 지주회사 체제라는 특정 지배구조로 유도하겠다는 법 개정 명분 때문이 아니라 기업에 지배구조 선택권을 되돌려준다는 '기업의 복권' 차원에서다. 그런 만큼 개정안은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면 6월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개정안의 방향이 옳다는 것은 지주회사의 국내 도입을 둘러싼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지주회사가 국내에 소개될 당시 이 체제는 나쁜 지배구조의 전형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2000년 무렵부터는 상황이 역전돼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지배구조이자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면서도 동시에 금산분리를 비롯한 각종 행위제한 규제를 통해 이를 사실상 어렵게 하는 혼란상을 보여왔다.

이런 비일관적이고 모순적인 입법 태도는, 지주회사에 대한 가치 판단이 결국 시대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주회사는 기업가가 선택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주회사는 나쁜 지배구조도, 그렇다고 좋은 지배구조도 아니라는 뜻이다. 지배구조의 선택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기업에 많은 세제 혜택을 주면서 강권할 이유가 없다. 다양한 지배구조가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법 개정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의 사정에 대한 고려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특정 대기업을 징벌하려는 목적으로 개정을 늦추는 것은 이들을 돕기 위해 개정을 서두르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로 바람직하지 않다. 몇몇 대기업과 관련한 특혜 시비는 법 개정과 별도로 가리면 될 일이지 법안 처리를 무한정 미룬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더욱이 애먼 이들이 특혜 공방의 '유탄'을 맞을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금융자회사를 갖고 있는 12개 지주회사 중 SK와 CJ, 두산 등을 제외한 프라임개발, 일진홀딩스, 녹십자홀딩스 등은 특혜 시비에서 비껴나 있는 중견기업들이다. 당장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올해 말까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금융사를 매각해야 한다.

법안 처리 절차 상에도 문제점이 보인다. 정부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을 제출한 지 만 2년이 넘었다. 이 법안은 지난해 4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도 또 다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을 흘려 보냈다. 법을 개정할 때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 법률적 검토가 필수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법안의 장기 표류에 따른 불확실성도 문제다.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 뿐 아니라 기업의 동력을 약화시켜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법 원칙과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법안의 행방을 결정해줘야 한다.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우리 공정거래법이 1980년 지녔던 순수한 경쟁법으로서의 의미를 되찾길 바란다.

이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조속 처리 반대

"보험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소유는 그 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보험사의 자산이 대부분 보험계약자의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 마디로 주머니돈이 쌈짓돈이 되거나 재벌의 사금고가 되다 보면 결국 총수일가의 배만 불리는 격이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한 마디로 지주회사체제의 재벌그룹이 금융계열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금융계열사의 수와 자산규모가 일정기준을 초과하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제약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공정거래법은 지난 2009년 직권상정돼 날치기 처리된 금융지주회사법과 쌍둥이법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금융지주회사법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날치기 처리된 금융지주회사법은 보험, 증권 등 비은행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결국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뒤섞어 놓은 것이다. 경제관련 법안이 직권 상정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보험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소유는 그 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보험사의 자산이 대부분 보험계약자의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 마디로 주머니돈이 쌈짓돈이 되거나 재벌의 사금고가 되다 보면 결국 총수일가의 배만 불리는 격이 된다. 사고가 나면 국민혈세로 메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작은 저축은행 하나가 대주주의 사금고처럼 운용돼 45만명 서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사태에 비추어 볼 때, 만약 재벌계 보험사가 계열사 지원이나 오너 일가를 위해 방만하게 경영될 경우 미칠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은 우리나라 재벌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법이다. 정부 여당은 공정거래법을 재벌개혁법이라고 둔갑시키고 있다. 재벌체제를 지주회사체제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재벌들이 그렇게 통과를 원하는 법이 재벌개혁법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삼성그룹 승계구도 핵심은 '이재용→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이다. 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금부담 없이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 삼성의 바람이었다. 날치기 처리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처분을 유예하면서, 하나의 지주회사 밑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동시에 자회사로 지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약간 불편하지만, 삼성의 숙원을 풀 길을 열어준 셈이다.

여기에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 SK, CJ, 두산그룹 역시 숙원이 풀리고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또 웃는다. 이 두 법에는 세금감면과 재벌3세의 합법적 주식양도라는 엄청난 노림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수 조원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가 하면 주식포괄이전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과세이연이 그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회사가 받은 과세혜택은 2009년에만 4조원에 달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재벌들이 누릴 과세혜택은 또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법은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을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재벌의 세금이 감면되면 모자라는 세금은 결국 누가 메워야 할까. 그것은 서민이다.

이 밖에도 공정거래법은 지금껏 이 법을 준수해 금융회사를 처분하면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그룹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한다. 법을 어기고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불공정거래법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건 그래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나홀로 재벌 봐주기 역주행을 하고 있는 현 정부는 결국 저축은행 사태를 낳았다. 저축은행 사태는 사후적 감독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MB 정부의 재벌 봐주기는 앞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희생과 고통을 강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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