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45개 대회 상금 3140억원 '꿈의 퍼팅, 돈의 그린'
'탱크' 최경주(41ㆍSK텔레콤)가 지난 16일 '제5의 메이저대회'인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개인 통산 8승을 거두면서 PGA 투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10여년전 만해도 한국인 선수의 우승은 꿈만 같았던 PGA를 들여다 봤다.
야구의 메이저리그, 농구의 NBA, 축구의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가 있다면 골프에는 PGA 투어가 있다. 1916년 창설된 PGA 투어는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경쟁을 펼치는 무대인 만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설 정도로 그 열기는 뜨겁다.
늘어나는 상금…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로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PGA도 스폰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올해는 45개 토너먼트에 총상금 규모가 2억8,800만달러(약 3,140억원)로 치러지고 있다. 올해는 17개 대회에서 총상금이 증가해 지난해보다 380만달러가 늘어났다. 올해 PGA 투어는 1개의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잃은 반면 현대자동차 등 6개의 새로운 스폰서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지난 1월7일 하와이에서 열린 현대토너먼트 챔피언스(총상금 560만달러)로 시즌을 연 2011시즌 PGA 투어는 11월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HSBC 챔피언스(총상금 700만달러)로 막을 내린다. 상금이 가장 많은 대회는 최경주가 우승한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으로 총상금 950만달러다.
메이저 챔피언의 꿈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 등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PGA 투어에서 아무리 많은 승수를 쌓아도 메이저 우승이 없다면 2%가 부족한 것이다.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선 선수들은 PGA 투어에서도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투어에도 많은 초청료를 받고 출전할 수 있다.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선수를 '그랜드 슬래머'라고 하지만 아직 이를 달성한 선수는 없다. 여러 해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로 불린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진 사라센(1935년), 벤 호건(1953년), 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 등 5명에 불과하다. 최다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18번이나 정상에 오른 니클라우스이고, 성 추문 이후 흔들리고 있는 우즈는 14회로 2위다.
우즈의 부진과 유럽의 거센 도전
'꿈의 무대'로 불렸던 PGA도 EPGA(유럽프로골프)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PGA를 이끌었던 우즈가 2009년 9월 BMW 챔피언십 우승을 끝으로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AP통신은 세계랭킹 8위에 머물고 있는 우즈가 다음 주 발표될 랭킹에서 11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즈가 세계 랭킹 10위권 밖으로 처지는 것은 1997년 4월 마스터스 대회 우승 이후 14년 만이다.
우즈의 부진과 동시에 유럽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골프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EPG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4대 메이저대회 중 3개 타이틀을 휩쓸었다. US오픈은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 브리티시오픈은 루이 오스타우젠(남아공), PGA 챔피언십은 마르틴 카이머(독일)가 각각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일 현재 세계랭킹을 보면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선수 중에는 필 미켈슨(4위), 스티브 스트리커(7위), 우즈(8위), 매트 쿠차(10위) 만이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 한장상·김승학 PGA 첫발… 최경주 한국 골퍼 첫 우승
한국 선수들은 1973년 PGA(미국프로골프) 투어에 첫 발을 내디디며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1972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한장상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과 김승학 전 KPGA 회장은 1973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브리티시오픈에 각각 출전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이후 PGA 투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한국 선수들은 1997년 김종덕이 초청 형식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샷 대결을 펼쳤다.
한국선수 중 본격적으로 PGA 투어의 문을 두드린 것은 최경주다. 최경주는 99년 퀄리파잉(Q) 스쿨에서 공동 35위를 기록,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성적 부진으로 2000년 다시 재수를 통해 2001년 PGA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한국인 골퍼로는 최경주가 처음으로 PGA에서 우승했다. 최경주는 2002년 5월 PGA 투어 컴팩 클래식에서 미국 그린에 태극기를 꽂은 뒤 같은 해 9월 탬파베이 클래식에서도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후 크라이슬러 클래식(2005년), 크라이슬러 챔피언십(2006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AT&T 내셔널(이상 2007년), 소니오픈(2008년)에서 우승한 최경주는 3년4개월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지난 16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개인 통산 8승을 달성했다.
PGA에서 최경주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양용은(39ㆍKB금융그룹)이다. 2006년 PGA Q스쿨에 낙방한 양용은은 2007년 공동 6위, 2008년 공동 18위로 투어 멤버의 신분을 유지했다.
2009년 혼다 클래식에서 챔피언이 된 양용은은 그 해 아시아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은 올해 PGA 투어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킬 기세다. 역대 한국선수 중 최연소로 Q스쿨을 통과한 김비오(21ㆍ넥슨)를 비롯해 강성훈(24ㆍ신한금융그룹), 최경주, 양용은, 위창수 등 5명이 미국 필드를 누비고 있다. 재미동포인 나상욱(28ㆍ타이틀리스트)과 앤서니 김(26ㆍ나이키골프)을 포함하면 역대 최다인 7명이나 된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 지옥의 Q스쿨 통과해야 PGA 입성
전 세계 골프선수들이 한 번이라도 밟고 싶은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지옥의 레이스'인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야 한다. Q스쿨은 1965년부터 도입돼 모두 4단계로 열린다.
Q스쿨을 통해 정식 멤버가 되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하다. 해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첫 단계인 프리 퀄리피케이션은 9월에 미국 내 6곳에서 4라운드 대회로 펼쳐진다. 한 곳에 대략 80여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이 가운데 40명 정도가 1차 예선에 진출한다.
1차 예선은 10월에 역시 미국 내 13곳에서 4라운드 대회로 열린다. 한 곳에 80명 안팎의 선수들이 출전하며 25명 정도의 선수들이 2차 예선에 나갈 수 있다. 종전 성적에 따라 1, 2차 및 최종 예선에 직행하기도 한다.
2차 예선은 11월 중 6곳에서 펼쳐지는데 80여명의 선수들 가운데 20위 안팎을 기록해야 마지막 최종 예선 진출권을 얻을 수 있다.
150여명이 6라운드로 열리는 최종 예선에서는 상위 25위 안에 들어야 다음해 PGA 투어에서 뛸 자격을 얻는다. 지난해 최종 예선에서는 공동 순위 선수들이 나와 모두 29명이 올해 PGA 투어 카드를 받았다. 김비오(21ㆍ넥슨)는 Q스쿨 최종 예선에서 공동 11위, 강성훈(24ㆍ신한금융그룹)은 공동 16위로 PGA 출전권을 따냈다. Q스쿨 50위까지는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 투어 출전권을 준다.
Q스쿨을 거치지 않고도 PGA 투어에 합류하는 방법도 있다. 스폰서 초청이나 대회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한 뒤 우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폰서 초청을 받기도 힘들고, 월요 예선도 PGA 선수들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Q스쿨을 건너뛴 행운아도 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1996년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해 Q스쿨 없이 PGA 투어로 직행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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