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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프라 윈프리 쇼'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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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프라 윈프리 쇼' 25년

입력
2011.05.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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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잘난 것이 없었다. 인생의 출발부터 그랬다. 1954년 1월 사생아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 당했고, 열 네 살에 임신했고, 아이는 태어난 후 2주 만에 죽었다. 어린 시절에 마약 복용도 했다. 가난한 흑인 소녀. 외모가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참혹한 현실의 인생이 대충 어디로 흘러갈지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길로 가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 알고는 고교 시절부터 지역 라디오방송에서 일했고, 열 아홉 때는 저녁뉴스의 공동진행자가 되면서'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 오프라 윈프리(57)가 TV 토크쇼를 맡은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 한 달 만에 시카고에서 시청률 3위인 30분짜리 아침 토크쇼'에이엠 시카고(AM Chicago)'를 최고 인기 토크쇼로 탈바꿈시켰고, 1986년에는 미 전역은 물론 지금은 세계 145개국에서 방영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 로 발전시켰다. 신화는 계속됐다. 그녀는 25년 동안 자기 이름을 단 쇼를 이어왔고, 47번이나 에미상을 받았으며, '토크쇼의 여왕''기부의 여왕'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지난해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자리를 거의 독차지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되었다.

■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성공비결을 내놓았다. <워너비 오프라> 를 쓴 변호사 워렌 캐셀은 자기단련법을 40가지나 열거했고, <신화가 된 여자, 오프라 윈프리> 의 저자 재닛 로는 두려움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용기라고 했다. 아동 작가 일린 쿠퍼는 <오프라 윈프리> 에서 꿈과 열정을 꼽았다. 자신의 비참하고 부끄러운 과거까지 방송에서 털어놓는 솔직함과 그 상처와 아픔조차 쓰다듬는 사랑과 용서라고 한 사람도 있다. 재치와 파격, 순발력 있는 진행과 말솜씨, 친근한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 그러나 무엇보다 오늘의 오프라 윈프리를 있게 한 것은 타인의 마음까지 열게 하는 따뜻한 시선과 겸손한 자세, 진실된 마음은 아닐까. 그래서 그녀의 쇼에 나오면 대통령도, 기라성 같은 스타들도 모두 가면과 껍질을 벗고 그냥 한'사람'이 돼 차마 가족에게조차 못한 고백을 하며 눈물을 훔치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토크'야말로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25년 동안 보여준 그녀의 쇼가 25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9월에 시작할 새 무대 <오프라의 넥스트 챕터> 에서도 분명 '소통의 신화'는 이어질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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