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대의 금융 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가 지난 3월 중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거액의 재산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재산 환수나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 보전 등을 피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의 은닉 재산이 더 없는지 추적하고 있다.
2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부산, 부산2저축은행 대표이사 김민영(65ㆍ구속기소)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국가지정문화재 '월인석보 권9ㆍ10' '경국대전 권3' 등 보물 18점을 지난 3월22일 심모씨에게 10억원을 받고 일괄 매도했다. 검찰은 지난 3월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심씨는 금융감독원에 대부업체로 등록된 K사 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문화재 매도가 단순한 양도였는지, 재산 환수 등을 피하려는 목적인지 등 구체적 거래 경위와 성격을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문화재들의 실제 금전적 가치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산 은닉을 위한 차명 거래 내지 위장 매매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문화재 매각이 실제 양도였는지 차명 양도였는지를 우선 살펴본 뒤, 향후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 환수 회피 목적의 거래로 드러날 경우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매매무효확인소송 등의 방법으로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전하는 데 쓸 수 있는 책임재산으로 환수가 가능하다. 검찰은 김씨로부터 문화재를 사들인 심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씨가 해당 문화재를 사들였을 당시 은행에서 불법 대출받은 돈을 사용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인 중앙부산저축은행(서울 소재) 사옥에 있는 워터게이트 갤러리는 김씨의 아들(31)이 운영하고 있으며, 김씨 등 은행 경영진은 이 갤러리 운영을 위해 362억여원을 불법 대출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지난 12일 책임재산 환수팀을 구성, 대주주와 경영진의 은닉 재산을 추적ㆍ환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