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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추악한 동맹' 종교와 정치의 결합이 세계를 위기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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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추악한 동맹' 종교와 정치의 결합이 세계를 위기로 내몰았다

입력
2011.05.2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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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동맹/존 그레이 지음·추선영 옮김/이후 발행·332쪽·1만8,000원

미군의 군사 작전으로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다. 미 정부의 말처럼 테러와의 전쟁이 끝을 향해 가고 있으며 우리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테러 종식을 위해 전 지구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신념과 달리 전 세계 테러 연계망은 더욱 강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선과 악으로 나눈 세계에서 선이 승리하려면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는 유토피아 운동의 근원과 정치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전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이자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 의 저자인 존 그레이가 펴낸 <추악한 동맹> 이 그것이다.

책은 선과 악의 전쟁터인 세계에서 언젠가는 선이 승리하리라는 유토피아 운동의 뿌리가 기독교 종말론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중세 후기 유럽 곳곳에서 농민 반란으로 발전한 천년왕국운동의 뿌리는 예수가 재림해 새 왕국을 세우고 천년 동안 다스린다는 종말론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의 제세계파 운동이나 영국의 제5왕국파 운동처럼 공공연히 정치색을 드러내는 종교 운동으로 발전했다.

근대 정치에서 이런 종교 신념과 정치 열정의 결합은 대량 파괴와 살상을 낳았다. 낡은 체제를 단두대로 보내자고 외친 프랑스혁명 당시 자코뱅당의 공포정치, 반체제 인사를 강제 수용하고 추방한 볼셰비키혁명, 사악하고 열등한 민족을 말살해 세상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나치즘 등이 그렇다.

현대에 와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와 서구의 신보수주의는 닮은꼴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체제를 세계를 구원한 유일무이한 것으로 여기고 그 확산을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한다. 저자가 "현대 정치는 종교사의 한 장(章)일 뿐이다"고 쓴 이유다.

책은 급진 이슬람 역시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근대 서양의 산물로 본다. 이슬람 원리주의 창시자인 사이드 쿠틉이 혁명적 폭력을 세계를 정화하는 힘으로 이해한 것은 레닌의 영향이며, 이는 자코뱅당 이념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전 세계를 하나로 수렴하는 보편의 정치ㆍ경제 체제를 수립할 수 있다는 망상이야 말로 현대 정치의 비극을 낳은 원흉이라고 강조한다. 테러리즘을 뿌리 뽑고 그 자리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국가의 몰락과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막겠다는 현실적 목표로 전환하는 게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책의 원제는 . 부제는 'How religion led the World into crisis(종교는 어떻게 세계를 위기로 이끌었나)'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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