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다선(6선)이자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19일 여당의 위기 해법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당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아울러 박 전 대표가 당을 온전하게 끌고 갈 수 있도록, 제대로 힘을 실어 주는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 한나라당 내부의 노선 투쟁에 대해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구체적 정책을 놓고 벌이는 노선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ㆍ27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언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직후 박 전 대표가 직접 당을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주장에 대한 답이 먼저 이 대통령으로부터 나왔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데.
"당을 맡아 달라고 요청을 해야 할 사람은 딱 한 사람 있다. 그 쪽의 요구가 있고 그것을 수락했을 때 (박 전 대표가) 일을 할 수 있다. 계급장을 떼고 전당대회 에서 붙어보자고 하는, 그 사람들이 할 얘기는 아니다."
-정 전 대표 등이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을 폐지하자고 했는데, 박 전 대표는 이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당헌ㆍ당규가 문제가 아니다. (박 전 대표에게) 당을 온전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제대로 힘을 실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제의가 선행 되면 당헌ㆍ당규 상의 장애 요인들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대선 때까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대통령의 뒷받침을 받아 당이 주도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그게 박 전 대표의 성정에도 맞는 길이라고 본다. 그게 안 되면 어떻게 하겠나. 지금 당장 생각하기도 싫다."
-친박계를 대표해 홍 의원이 전당대회의 대표 경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는가.
"지금 그런 것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여권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의 경우 철학의 빈곤이 가장 큰 문제다. 그 때문에 서민 정책의 성과가 부족했고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당의 경우엔 물 안 묻히고 수영하려고 했던 안일주의가 만화의 근원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늘 솟아날 구멍이 있는 하늘만 무너진다고 말해 왔다. 절대 이대로 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지면 박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래서 현재의 비대위, 현재의 지도부가 유익한 방향으로 전환해 줘야 한다. 천하의 이창호도 포석 단계를 그르치고 나면 국면 운영이 어렵지 않은가."
-한나라당 내 노선 투쟁이 한창이다.
"좌클릭이니, 보수 가치니 하는 추상적 말들을 토론이랍시고 내뱉는 상황을 보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난다. 그 친구들은 구체적 정책을 놓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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