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연구소의 거리 노숙인 수 조사 집계가 최대 2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조사 업무가 지자체에 일임되면서 지자체들이 과소 보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의 각 시도 노숙인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서울의 거리 노숙인은 525명, 부산 147명, 대구 176명, 인천 200명, 대전 45명 등이었다. 전국의 거리 노숙인은 총 1,241명인데, 쉼터 노숙인까지 합치면 총 4,315명에 이른다. 정부의 노숙인 집계는 2004년 이후 4,400~4,800명 선을 오가며 뚜렷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쉼터 노숙인을 제외한 거리 노숙인도 1,200여명선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시연구소 서종균 연구위원과 전국홈리스연대가 지난해 10월 20일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거리 노숙인은 1,145명으로 서울시 조사보다 2배나 많았다. 도시연구소는 인력 문제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천안 강릉 지역만 조사했는데도 총 거리 노숙인이 1,516명으로 나와 전국을 모두 조사한 정부 통계보다 많았다. 노숙인이 최근에는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정부 통계를 믿어도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두 집계는 조사방식이 동일(중복 집계를 피하기 위해 하루 중 일시적으로 조사)한데도 연구소의 집계가 1.5배 정도가 많다"며 "지자체들이 과소 보고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집계에서는 광주의 거리 노숙인이 0명으로 돼 있다.
노숙인 정책은 2005년 지자체로 완전 이관돼 정부는 관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조만간 중앙 정부가 노숙인 관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정확한 노숙인 실태조사 방법을 연구 중이다.
특히 PC방, 비닐하우스, 창고, 쪽방 등에서 거주하며 사실상 주택이 없이 떠도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식 통계가 전혀 없어 이들을 노숙인 집계에 포함 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주거취약계층이 8만~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 교수는 "대도시는 저렴한 주거가 계속 줄어, 학계 등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정부가 다음달 15일까지 주거취약계층을 일제 조사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취약계층의 열악한) 사례가 알려지니까 이제야 주민신고에 의존해 찾아내겠다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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