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나 교직원이 아닌 청소노동자들이 푼푼이 모은 돈을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19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교내 청소노동자 80명이 지난해 자발적으로 '민들레 장학금'을 만들었다. 개교 50주년을 맞아 청소노동자들도 학교의 한 구성원이자 '식구'라는 것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차원에서였다. 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녀 '민초'(民草)에 비유되는 민들레처럼 환경에 굴하지 말고 학업에 매진하라는 뜻에서 민들레 장학금이라 이름 지었다.
청소노동자 노조 부녀회장 박갑심(56)씨는 "2004년 노조가 생긴 이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장학금 제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최저임금(시급 4,320원) 수준의 급여를 받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들 딸 같은 학생을 돕자는 제안에 모두 선뜻 동참했다.
1만~2만원씩 80명이 십시일반 모은 게 97만원. 첫 장학금의 수혜는 총학생회를 통해 추천 받은 학생 중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문과대 신모(21)군에게 돌아갔다. 박씨는 "한 학기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면서 "3만원을 보태 100만원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우리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군이 학군단(ROTC)으로 열심히 학교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학생회 측이 지난달 4일부터 20일까지 2기 장학생 신청을 받은 결과, 십여 명이 신청했다. 자격 조건은 2, 3학년 재학생 가운데 평균 학점 C+(2.3점) 이상으로 실질적 가장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유지해야 한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학생들이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모은 돈을 받아도 될까'하는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2기 장학생에 대한 수여식은 26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대동제 첫날인 18일에는 처음으로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사랑의 밥짓기' 행사를 열어 학생과 노동자들 사이의 정을 두텁게 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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