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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 경매 사이트' 낙찰 안된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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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 경매 사이트' 낙찰 안된다 했더니…

입력
2011.05.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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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38)씨는 올 초부터 '10원 경매'에 푹 빠졌다.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입찰할 때마다 구매가격이 10원씩 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10원 경매, A씨는 "운만 좋다면 TV 같은 상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재미도 있어 자꾸 손이 간다"고 했다.

A씨가 3개월간 입찰한 것만 족히 50여 건. 하지만 한 번도 낙찰을 받지 못했다. 대신 100만원 가까이 날렸다. 낙찰금액과 별도로 입찰할 때마다 싸게는 300~700원 가량의 입찰권(아이템)을 사야 했기 때문. 10원 경매는 입찰권 구매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8일 10원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며 낙찰가 및 낙찰자를 조작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사행행위처벌특례법 위반)로 B업체 대표 김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모(34)씨 등 26개 업체 대표와 직원 등 102명을 입건했고, 달아난 H업체 대표 변모(46)씨를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경매사이트를 통해 7,000여 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한 회원 아이디 800개를 빌려 낙찰가를 끌어올리거나 직접 상품을 낙찰 받는 방식으로 경매 참가자들의 입찰금 약 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등도 김씨와 같은 방식으로 하루 평균 30건에서 많게는 100여건까지 경매를 중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26개 사이트를 단속한 결과 16개가 허위로 계정을 만들어 경매를 조작하는 등 모든 업체가 비정상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100여 곳의 10원 경매 사이트가 운영되고, 사이트당 평균 30~100건의 경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간 10원 경매 사이트 자체의 사행성 여부를 따질 법적인 장치나 기관이 없어 빚어진 논란을 이 참에 결론짓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찰권을 사야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일단 응모자에게 금품을 모은 뒤 특정 질문을 맞춘 응답자에게 몰아주는 '현상업' 조항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상업은 정답자 외에 다른 참가자에게 재산상 손실을 주는 행위로 불법 사행성 사업방식이라 처벌이 가능하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10원 경매에 대해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0원 경매 방식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상당수 소비자가 입찰권 구입비를 반환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추이를 지켜보며 실태조사에 들어갈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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