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수사 확대를 위한 신호탄일까.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최근 비로소 수사인력을 ‘풀 가동’한 것은 그 자체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당초 중수부는 이 사건을 중수2과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일부 VIP 고객들과 은행 임ㆍ직원들만 예금을 인출해 갔다는 ‘특혜 인출’ 사태가 터지자 중수3과의 후신인 첨단범죄수사과를 중심으로 별도 수사팀을 꾸렸다. 이때까지 중수부의 선임 부서인 중수1과는 이번 수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1일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을 구속기소한 이후 검찰은 주로 금융당국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관계에 수사 초점을 맞췄고,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비리나 부실검사 정황이 줄줄이 나왔다.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불법행위를 수차례나 묵인했고, 부산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금감원 전ㆍ현직 간부 2명이 구속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윗선이나 예금보험공사나 감사원 등 다른 감독기관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수사 범위 확대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검찰이 18일 부산저축은행의 대외 로비 창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금융 브로커 윤모씨의 신병을 확보해 영장을 청구한 것도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해 운영했던 12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불법대출된 5조원대의 자금 흐름 추적도 검찰의 숙제다. 또 지난해 6월 부실 우려가 이미 제기되던 상태에서 부산저축은행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으로부터 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받게 된 경위도 풀어야 할 의혹이다.
대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SPC로 빠져나간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사기적 부정거래(1,000억원 투자) 부분 등은 본격 조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라며 “워낙 조사 대상이 방대해 단기간에 수사가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 착수 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중수1과도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얼핏 보면 기존 수사팀의 여력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해 단순 지원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 고리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지난 주말이 중수1과의 합류 시점이라는 점에서, 단순 지원이라기보다 지금까지의 수사 갈래와는 다른 새로운 수사 단서가 최근 포착됐거나 수사 필요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수부 총동원령에 법조계는 물론 정ㆍ관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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