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오사마 빈 라덴 후임을 선정하며 조직재건에 나서, 향후 알 카에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알 카에다가 오랫동안 2인자 노릇을 해왔던 아이만 알 자와히리(59)를 제쳐놓고 사이프 알 아델을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알 아델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소련군과 맞서 싸우면서 현지 알 카에다 훈련소에서 교관을 했으며, 이 곳에서 빈 라덴과 인연을 맺었다. 자와히리와는 고국인 이집트에서 지하드(성전) 지하운동을 같이한 사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이 붕괴하자 이란으로 피신했고, 이후 북부 파키스탄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현장경험으로 알 카에다 내부정보에는 밝으나 자와히리와 같은 수장으로서의 경험과 리더십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테러 전문가 노만 베노만은 알 아델을 '관리형(caretaker)'으로 표현하면서 "빈 라덴 사망으로 혼란에 빠진 알 카에다의 재건을 위해 일종의 '빈 라덴 대행'으로 일정기간 활동하며 조직을 점검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알 아델이 빈 라덴 사망으로 흐트러진 세계 각지의 알 카에다 지부조직을 아우르는 조직 단합에 나섰다는 것이다.
알 카에다는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알 아델 이외에 정보책임자로 아드난 알카슈리를, 아프리카지역 책임자에는 무함마드 바시르 알 와시 아부 나지르, 아프간과 파키스탄 와지리스탄 지역 책임자로는 무함마드 아담 칸 아프가니 등을 임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알 아델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20년 전 알 카에다를 직접 만들고 9ㆍ11테러를 지휘했던 빈 라덴을 대신하기는 역부족이며 특히 비 아라비아 반도 출신이라 조직 장악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이집트 출신인 자와히리를 전면에 내세우기 전에 알 아델을 통해 조직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빈 라덴 추종자들은 빈 라덴이 이슬람 성지가 있는 사우디 출신임을 들어 알 카에다는 아라비아반도 출신이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CNN은 "알 아델이 북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알 카에다 지부조직 책임자들로부터 충성선언을 순조롭게 받을 지가 지도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며 이후에는 자와히리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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