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X발 X나 짜증나게 해."
경기지역 한 중학교 이모 교사가 최근 수업 중 학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다른 과목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 두 차례 주의를 주자 학생은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 교사는 "다시는 그러지 마라"고 짐짓 의연한 척했으나 '앞으로 어떻게 정당한 지도를 할 수 있겠나'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다른 중학교 최모 교사는 최근 학생에게서 "야 이, 씨X년아"라는 말을 들었다. 학생은 보란 듯이 교실 기물도 발로 차고 부쉈다. 학교가 전학을 권유했으나 부모는 거부했다. 최씨는 "교사만 바보 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공경과 사랑으로 끈끈해야 할 사제간에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욕설에 관해서는 학생들도 할말이 많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서울의 중고생 510명을 조사한 결과 40%가 교사에게서 언어폭력을 겪은 일이 있다고 답했다. 신고된 사례도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니 X발XX야", "이 X신XX들, 내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학교 보내든가" 등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욕설이 난무하게 된 원인은 단지 성적 향상을 위해 통제하고 통제당하는 관계로 변질된 사제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소속 공현 아수나로 활동가는 "신고된 욕설의 맥락을 보면 단지 표현이 거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억압, 비하, 괄시하는 표현들"이라며 "서로를 위협, 통제하기보다 배려와 존중을 가르치는 학교 문화의 보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류성창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학생의 경우 인권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과도기적으로 일부 학생들이 인권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잘못된 행동을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어폭력이 어떻게 왜 잘못된 것인지 가르치고, 나이별 발달단계에 맞게 인권과 사회적 책임의 내용을 함께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는 돌파구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 강동교육청은 이달 초, 교사가 먼저 부드러운 말로 학생에게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에서 '이해합니다', '같이 노력합시다'등의 마음을 움직이는 55가지 말을 담은 '매직워드'책자를 교사들에게 나눠주고 학생 지도에 참고하도록 했다.
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언어문화 개선 사업'을 마련했다. 이르면 다음주부터 학생 부모 교사의 올바른 언어습관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올 9~11월 16개 학교를 협력학교로 지정해 '언어문화 개선 협력교실 운영비' 1,0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언어와 행동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해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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