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반갑지 않은 하얀 꽃, 백반증(백납). 면역체계 이상으로 피부의 멜라닌세포가 파괴되면서 피부에 흰 반점이 생기는 병이다. 손톱 만한 흰 점으로 시작해 손과 발, 무릎 얼굴 등으로 하얀 반점이 나타난다. 눈썹이나 머리카락이 하얗게 탈색되기도 한다. 백반증에 걸리면 외모콤플렉스를 느끼거나 노출을 꺼려 외출도 삼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조선 숙종 때 대사헌을 지낸 송창명의 초상화(그림).
따사로운 봄볕 백반증 환자에겐 독
백반증은 현재 세계 인구의 1%가 앓고 있으며, 국내 환자도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과 같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남에게 절대 전염되지는 않는다. 한승경 우태하한승경피부과 원장은 "대개 후천적으로 시작되지만 10~30% 정도에서는 가족과 친척 중에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성인기에 발병하면 물리적 손상, 자외선에 의한 화상, 임신ㆍ출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다.
백반증은 피부는 물론 성기, 유두, 입술 등의 점막에서도 나타나며, 손ㆍ발가락, 팔꿈치, 무릎과 같은 관절부위나 정강이 등에도 발생한다. 심하면 옷이 꼭 죄는 부위나 긁힌 곳에 생기기도 한다. 백반증 병변에서는 털이 탈색해 머리카락이나 눈썹이 희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백반증 환자에게 봄 햇살은 특히 좋지 않다. 봄 햇살이 여름보다 자외선 A가 강하기 때문이다.
신체 한쪽에만 띠 모양으로 흰 반점이 나타나기도 하고(분절형), 어린이에게 흔하고 얼굴에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좋은 결과를 보인다.
전신에 나타나는(비분절형) 백반증은 대개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 경우 상당수는 외상이 있는 부위에 나타나므로 피부가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얀 반점 생겨도 백반증 아닐 수 있어
몸에 하얀 반점이 생긴다고 해서 모두 백반증은 아니다.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흰 반점은 멜라닌 색소량이 적어 하얗게 보이는 단순한 흰 점인 경우가 많다. 또, 빈혈성 모반이라는 피부병도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나무젓가락으로 자가 진단할 수 있다. 정상 피부나 백반증 피부는 젓가락으로 긋는 방향대로 붉은 선이 생기지만, 빈혈성 모반은 붉은 선이 생기지 않는다.
청ㆍ장년에게 흔한 어루러기(피부질환 일종), 고령인에게 흔한 노화 현상인 흰 점은 모두 백반증과 다른 것이므로 지레 겁을 먹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했다가 더 악화할 수 있으므로 하얀 반점이 나타난 초기에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엑시머레이저 치료하면 75% 효과
진단은 어두운 곳에서 푸른 빛(자외선)을 내는 우드등으로 비쳐 백반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백반증은 진단이 힘들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또한, 백반증은 갑상선질환이나 빈혈 등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치료하기 전에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온 몸에 광범위하게 생긴 백반증은 전신 광선요법을 시행한다. 특수 약물을 먹거나 바른 뒤 광선을 쬠으로써 피부 속 색소세포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특정 부위에만 백반증이 나타났다면 엑시머레이저 치료가 효과적이다. 이 치료법은 엑시머레이저를 주 2~3회를 주기로 한두 달 정도 증상이 있는 곳을 쪼여주는 것이다. 얼굴의 경우 4~5개월 정도 치료하면 증상이 75% 호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백반증은 외상을 입은 곳에 많이 나타나는 만큼 백반증이 생기면 피부를 심하게 마찰하거나 손으로 긁어서도 안 된다. 박지영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은 "평소 멜라닌 세포 재생과 색소 대사를 촉진하는 채소와 굴 같은 어패류, 검은 깨, 호두, 콩, 두유, 두부, 우유, 생강 등의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