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황두진(48)씨는 지난 7년간 서울성곽을 한 바퀴 완주한 횟수만 14번이나 되는 서울성곽 트래킹 마니아다. 황씨는 "사라진 부분이 많아 성곽을 걸으려면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한다"며 "발견의 즐거움도 있지만 일반 시민이 지도 한 장만 들고도 하나의 순환구조로 이루어진 성곽의 연속성을 인식할 수 있게 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성곽을 한바퀴 돌 때 아침 일찍 동쪽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돌면 하루 종일 해가 따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10시간 정도 걸으면 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곽은 절반이 넘는 구간이 복원돼 있지만 도로나 건물로 중간중간 끊겨 온전히 돌아보려면 미로 찾기를 해야 한다. 서울시는 18일 원형복원이 어려운 성곽 구간에 구름다리나 방향표시 지형물 등을 설치, 2014년까지 서울성곽 전구간 연결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서울성곽은 조선 태조 5년인 1396년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인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연결해 축조됐다. 19세기 말까지 원형을 유지했지만 1890년대 전차가 생기면서 숭례문, 흥인지문 주변부터 헐리기 시작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근대화를 거치며 서울성곽은 원형을 찾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사라지기만 하던 서울성곽은 1975년부터 복원되기 시작해 총 18.627㎞ 구간 중 현재 12.210㎞가 원형을 되찾았다. 시는 2013년까지 총 13.5㎞의 구간을 복원할 계획이다.
시는 도로나 주택이 들어서 있어 원형복원이 어려운 5.127㎞ 구간은 상부형상화, 하부형상화, 방향표시 등 세가지 형태로 연결한다.
먼저 도로로 단절됐지만 양편에 성곽이 남아 있는 곳은 성곽 형태의 구름다리를 만들어 상부형상화를 한다. 숭례문 서쪽, 창의문, 서울시장 공관, 혜화문, 낙산공원, 흥인지문, 장충단길, 소월길 등 9곳이 대상이다. 구름다리가 연결되면 육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곽을 탐사하는 동선이 짧아진다. 숭례문의 경우 화재 후 동쪽 성곽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도로로 단절된 서쪽도 구름다리로 연결해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성곽의 흔적은 있지만 구름다리 연결이 어려운 곳은 바닥에 화강석을 설치해 하부형상화를 한다. 광희문 북쪽도로, 장충체육관 북쪽도로 등 36곳 734m가 이런 식으로 연결된다. 도로 바닥 성곽이 지나가는 선을 따라 성돌처럼 가공한 화강석을 깐다. 시는 안전을 위해 도로와 하부형상화 구간의 수평을 유지하고 전방에 감속구간을 둘 방침이다.
주택 등 사유지가 들어서 성곽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에는 성곽 방향표시 지형물이 설치된다. 서소문~사직단, 흥인지문~장충동 등 약 4㎞ 구간이 대상이다. 2m 간격으로 설치되는 방향표시 지형물은 화강석으로 제작하며, 성곽을 상징하는 모양이 새겨진다. 방향표시 지형물을 따라가면 성곽이 사라진 구간의 우회탐방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는 중장기적으로 성벽이 있던 곳의 사유지를 매입해 복원하고, 재개발 추진 시 성곽복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안승일 시 문화관광기획관은 "성곽을 단절 없이 연결해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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