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전력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태수습을 위해 내놓은 새로운 일정표(로드맵)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또 다시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도쿄전력이 지난 번에 사태수습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 만에 1,2,3호기가 모두 사실상 멜트다운(노심용융) 상태에 들어갔고 1호기의 수관냉각작업도 실패로 돌아가는 등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태를 보는 안목이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도쿄전력이 17일 공개한 사태수습 일정표에 따르면 원자로 냉각의 경우, 1,3호기 원자로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우는 수관냉각방식을 포기하고 터빈실 등의 오염수를 폐기물 집중처리시설로 옮긴 뒤 방사성 물질과 염분을 제거한 뒤 냉각수로 재사용하는 순환냉각방식으로 변경한다. 작업 변경은 격납용기 자체가 손상됐음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으로, 원자로 건물내에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계속 방출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손상된 격납용기 수리작업이 선행된 이후에나 작업 인부가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현재의 공정표대로 냉온정지상태에 도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최근 기정사실이 된 1~3호기의 멜트다운은 지난 달 17일 수습책 발표 당시에는 상정조차 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도쿄전력은 하지만 이날 6~9개월 이내에 1~4호기 원자로를 냉온정지상태에 도달시키겠다고 한 당초 목표기간을 예정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무토 사카에(武藤榮) 도쿄전력 부사장은 "불확실한 요소나 위험이 있지만 (목표 기간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달 수습책 발표 때에 비해 고농도 오염수(8만7,500톤)가 늘어났고, 멜트다운 등으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계속 유출되고 있어 언제 원자로 내부에 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지 전망 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로드맵은 현실성 없는 계획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HK는 2,3호기의 경우 피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같은 로드맵 발표는 시기상조라고 전제, 다가오는 장마와 여진에 대한 우려는 물론 향후 작업진행을 방해할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태를 상정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원자로 건물 내부의 상태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로드맵의 결과는 불투명하다"고 꼬집었고, 산케이(産經)신문도 "오염수와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몰라 로드맵의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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