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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팔순 원로가 나설 수밖에 없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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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팔순 원로가 나설 수밖에 없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

입력
2011.05.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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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 한국프로야구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구단들은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하려다 정부의 입김에 가로막혀 발만 동동 굴렀다. 유영구 카드는 그대로 접히는 듯했다.

그러나 여론에 밀린 문화체육관광부는 "총재 인선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한 발짝 물러섰고, 유 이사장은 간신히 KBO 수장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 KBO는 '총재는 구단주 총회에서 선출한 뒤 감독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선출 후 주무관청에 보고해야 한다'로 바꿨다.

KBO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이용일(80) 초대 KBO 사무총장을 총재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카드가 30년 전 프로야구를 태동시킨 원로였다.

야구계는 이 총재 직무대행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것 분위기다. 낙하산 인사는 피했다는 안도감일 게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의 KBO 입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직무대행 선출 이전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군사정권 시절이던 19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는 총 11명의 총재가 거쳐갔다. 이중 두산 구단주였던 고(故) 박용오 전 총재와 유영구 전 총재를 제외한 9명이 낙하산을 타고 KBO로 내려왔다.

제6대 오명 총재는 1993년 12월3일 수장에 올랐으나 정치권에 자리가 생기자 4개월 여 만인 1994년 3월31일 KBO를 떠났다. 1998년 6월8일 취임한 제11대 정대철 총재는 비리 혐의로 3개월도 못 돼서 옷을 벗었다. 낙하산 총재들에게 KBO는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 또는 소나기를 피해가는 천막 같은 곳이었다.

야구계는 이용일 총재 직무대행을 선출했지만 여전히 전전긍긍이다. 총재 선출 관련 규약도 '승인'에서 '보고'로 바뀌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권의 입김을 막아내기는 어렵다. 외부에서 은밀한 청탁이 들어온다면 '기업가'인 구단주들로서는 거절하긴 힘들다.

올해로 프로야구는 서른 살 성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립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팔순(八旬) 원로가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게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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